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을 펴낸 정세훈(64) 시인이 <파지에 시를 쓰다>(푸른사상·1만6천원·사진)라는 제목의 산문집을 출간했다.

25일 출판사 푸른사상에 따르면 <파지에 시를 쓰다>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17세 나이에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열악한 환경에서도 시를 향한 열망을 놓지 않은 시인 자신의 삶을 담은 산문집이다. 책 속의 시인은 가난한 가정 형편 탓에 진학도 포기한 채 돈을 벌겠다고 작정하고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전한다. 잘 곳이 없어 대형 냉동고나 가마솥에 숨어 지내야 했다. 어렵게 영세 에나멜 동선 제조업체에 자리를 잡았지만 석면과 독한 화공약품에 노출된 채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대가로 직업병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꿈을 놓지 않고 공장 작업장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파지에 시를 썼다. 푸른사상은 “시를 통해 그는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말하고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며 가난과 병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사이의 연대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박형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주간은 “이 책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던 소년의 무력한 패배 과정을 통해 노동·사람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사유하게 한다”고 평했다.

정세훈 시인은 1989년 <노동해방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이사, 인천민예총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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