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얼마 전 추석을 앞두고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추석 선물로 박스에 손잡이를 달아 달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마트노동자들이 손잡이를 왜?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15킬로그램에서 20킬로그램 사이의 간장·설탕·세제·통조림을 옮겨야 하는 마트노동자들에게 손잡이가 있는 박스와 없는 박스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마트노동자들은 반복적인 중량물 운반으로 인해 심하게는 갈비뼈가 골절되거나 하반신 장애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허리·어깨·무릎 등 다양한 근골격계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마트노동자 5천1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은 노동자가 69.3%, 근골격계질환으로 하루 이상 근무를 하지 못한 사람은 23.3%로 집계됐다.

상품을 운반하고 진열하는 업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과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 및 유해요인조사 방법에 관한 고시에 의할 때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해당한다. 사업주는 신체 부담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할 의무를 부담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 의하면 사업주는 ‘단순 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 관련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사업주는 ‘과도한 무게로 인해 근골격계에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고 근로자가 취급하는 물품의 중량·취급빈도·운반거리·운반속도 등 인체에 부담을 주는 작업의 조건에 따라 작업시간과 휴식시간을 적정하게 배분해야 한다. 무게중심을 낮추거나 대상물에 몸을 밀착하도록 하는 등 신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자세를 알릴 의무가 있고 5킬로그램 이상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 해당 물품의 중량과 무게중심에 대해 안내표시를 해야 하고 “취급하기 곤란한 물품은 손잡이를 붙이거나 갈고리·진공빨판 등 적절한 보조도구를 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의할 때 마트 사업장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이뤄지고 근골격계질환 발생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업주가 유해요인 조사를 하고 ‘작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욱이 마트노동자의 경우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신체적 기능 저하·손상·통증 등을 사업주에게 통지해 병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업환경 개선 등 적절한 조치 의무가 있다. 마트노동자들은 그동안 중량물 취급으로 인해 다양한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려야 했으며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후 동일한 질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이러한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작업환경 개선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5킬로그램 이상의 중량물 취급 작업과 관련해 취급하기 곤란한 물품에 손잡이 등 보조도구를 활용할 것을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트산업노조는 무거운 박스(중량물)를 취급하는 마트노동자들이 과도한 무게로 인해 근골격계에 무리한 부담을 받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마트노동자들이 하역운반기계를 구비해 달라거나 최신 설비를 갖춰 달라는 등 현실성 없는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박스에 손잡이용 구멍을 뚫어 달라는 것이다. 마트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형마트에서는 “박스 제작사에 요구할 사항이지 우리에게 요구할 사항이 아니다”고 일축하고 있다. 바꾸어 생각해 보자. 만약 고객이 물건을 구매할 때 제공하는 비닐봉지에 손잡이가 없다면, 수박을 구매할 때 손잡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2리터 생수 6개 묶음에 손잡이가 없어 들고가기 불편하다는 ‘고객의 소리’가 들어온다면 그때도 대형마트는 “포장업체에 요구할 사항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외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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