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9. 8. 22. 선고 2016가합513611 판결


1. 사실

김○○를 비롯한 원고들은 피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수출용 차량을 야적장에 국가별·차종별로 구분해 이송(탁송)하는 치장업무를 수행해 왔다. 원고들은 2012년 7월1일 이전에는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현대글로비스 주식회사와 재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사내협력업체 소속이었으나, 그 뒤 피고가 2차 사내협력업체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1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됐다. 원고들이 소속한 사내협력업체는 과거 덕진기업에서 2015년 1월1일부터는 직원들을 고용승계하고 그 업무를 이어받은 무진기업으로 변경했다. 피고의 자동차 직접생산공정은 ‘프레스공정→차체공정→도장공정→의장공정’ 순서로 이뤄지는 양산공정이고, 이렇게 양산한 완성차량을 수출 선적을 위해 야적장에 이송(탁송)하는 원고들이 수행한 치장업무는 양산공정을 통해 완성된 차량을 고객에게 판매하기 이전 단계에서 행해지는 출고업무의 한 공정이다. 출고업무는 PDI(출고 전 차량검사) 공정 내 검사와 방청작업, PDI 공정라인 앞마당 주차작업, 수출용 부두 야적장으로 이송해 주차하는 치장업무, 야적장에서 수출선적부두로 이동해 주차하는 업무 등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원고들이 수행한 치장업무를 포함한 출고업무는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하지 않는 간접공정 내지 보조공정이었다. 한편 원고들이 소속한 무진기업은 피고와 별개 취업규칙을 마련해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고,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및 납부·연말정산 업무 등을 처리하며, 업체 대표 명의로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고,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피고와 도급계약에 따른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다. 직접생산공정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파견근로로 판단돼 근로자지위확인 판결을 잇달아 받게 되자, 원고들은 근로자파견을 주장하며 2016년 3월15일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2. 주장

이번 재판에서 원고들은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무진기업 사이에 체결한 도급계약의 실질이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자동차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간접공정 내지 보조업무에 해당하는 야적장 치장업무를 특정해 무진기업에 도급했고, 원고들은 무진기업의 지휘·감독을 받고 그 업무를 수행했으며, 피고 소속 근로자 중 원고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고, 업무가 서로 구분돼 있어 공동작업을 통한 피고 사업에 실질적 편입이 있었다는 등을 근거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사건 이전에 근로자파견으로 판결받았던 피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의 수행업무는 직접생산공정이고, 해당 공정에서 피고 근로자와 혼재 내지 일부 부분업무를 수행해서 실질적으로 공동작업을 통한 피고 자동차 생산업무에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피고는 재판에서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해서 원고들의 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원고들은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간접공정 내지 보조업무라고 해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된 직접생산공정 사내하청 근로자의 업무와 마찬가지로 수행했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하며, 해당 치장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근로자의 존재 유무나 업무 구분 여부와 무관하게 피고가 원고들을 근로자파견으로 사용했는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근로자파견 여부는 원고들이 피고 사업을 위해 실질적으로 피고 지휘·명령 아래서 피고에 사용됐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3. 판단

재판부는 피고 아산공장 사내하청 근로를 파견근로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인용하고서(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그 판단요소의 해당성을 살펴 판단했다.

그 판단요소 중 첫째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여부에 관해 보면 재판부는 피고가 출고업무 전산화를 추진해 스캐너와 GPS 수신 기능을 도입하고 개인정보단말기(PDA)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지급해 이를 통해 업무를 수행토록 했고, 이렇게 함으로써 피고가 치장업무 진행상황을 피고 시스템(GQMS)으로 실시간 파악했으며, 피고는 원고들을 직접 지휘하거나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소장·반장 등 현장관리인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했다는 점 등을 들면서 이를 인정했다. 둘째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에 관해 보면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인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모두 ‘생산직’ 또는 ‘생산관련’ 인원으로 함께 편성해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출고업무 중 탁송업무를 구간별·부위별로 나눠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각각 수행하기도 하며, 피고는 직접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PDI 및 치장업무 수행방식의 변화를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달라질 업무의 내용과 방식을 직접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업무수행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으로 사내협력업체의 업무수행에 개입·관여했다는 점 등을 들어 재판부는 지휘·명령을 했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피고만을 상대로 한 사업의 영위, 피고 작업현장 외 사무실의 부존재, 업무 수행에 핵심적인 시설·장비 등의 소유 등을 볼 때 원고들이 소속한 사내협력업체가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등이 미비돼 있다고 보고,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의 특정성·구별성·전문성과 기술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등 나머지 파견의 요소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4. 평가

이번 판결은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대상사건에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판시했던 기존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처럼 출고업무 등의 간접공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자동차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즉 자동차 생산의 메인라인이거나 그 서브라인으로서 컨베이어라인에 의해 작업이 이뤄지는 공정이었던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는 이러한 공정에 해당하지 않았다. 피고도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은 그 판례의 판단기준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살피고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피고의 직접생산공정 외에 간접공정 내지 보조공정 정도로 분류되는 공장 외 야적장 등으로 이송해 주차하는 공정까지도 사내하청 근로는 파견근로로 인정되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법원 판결 등 각급 법원의 판결이 선고됐음에도 고용노동부와 검찰 등은 피고 사내하청 근로 중 극히 일부만 파견근로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피고는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 인정해 왔다. 그러나 피고 회사에서 직접생산공정과 그 밖의 공정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방식으로 사내하청 근로자를 사용해 왔다. 그러니 근로자파견으로 인정한 대법원 등 법원 판결의 기준은 그대로 직접생산공정 외에도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판결은 이를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다. 기존 대법원이 판시한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에서 판단요소로 들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근로자파견 판단의 ‘요소’인 것이지 판단의 ‘요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법원 판례의 판단기준에서 적시한 요소들을 요건화해서 그 모두를 갖춰야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판단의 요소들 사이에 근로자파견 판단에서 고려할 정도에 있어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과 사용사업주 사업으로의 편입이라는 첫째와 둘째의 요소가 충족된다면 나머지 요소들이 미비하더라도 파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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