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겨워 죽겠다. 종일 사무실과 법정에서 노동자권리 타령하다 퇴근길에 경기도행 좌석버스에 앉아 스마트폰을 열면 인터넷 포털의 주요 뉴스창은 벌써 2개월째 조국의 차지다. 퇴근해서 TV를 켜도 뉴스 화면은 조국 차지다. 도대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나라는 조국이다. 임명되기 전에도 임명된 후에도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없다고 온통 이 나라는 조국을 두고서 야단이다. 23일에는 검찰이 조국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래서 조국 지지자들이 그에 반발해 ‘나도 압수수색하라’는 취지로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띄웠다고 하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조국의 파면 및 특검을 주장했다. 도대체가 조국의 시간이다. 조국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아닌 게다.

2. 아직까지도 어느 편의 이해에 동조하지 못한, 무심한 관전자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요지경 세상이다.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검찰의 총력수사인가. 초기에 특수부 검사 20여명과 수사관 70여명이 동원됐다고 하더니 지금은 200명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적어도 검찰이 조국 관련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그 목적이 ‘검찰개혁을 저지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검찰의 ‘총력’을 다한 수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점은 별나긴 하다. 이 정도로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 검찰이 몰두한 적이 없긴 하다. 그래서 조국 지지자들은 ‘기소독점주의·기소편의주의·공소취소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 등을 가진 검찰 권력이 조국 일가 수사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비난한다. 이들은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서 모여 검찰개혁을 외치는 촛불집회를 시작했는데, 지난 21일에는 수만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늘 이 나라에 조국을 몰아내기 위한 검찰과 언론 등 거대한 기득권연합이 작동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고, 그걸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촛불시민혁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겠다. 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조국은 장관 개인이 아닌 국민의 개혁의지를 실현하는 장관인 것인 것이니 ‘우리가 조국이다’고 하는 것이리라.

3. 솔직히 모르겠다. 현재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 특수부 검사 아무개가 몰래 귀띔해 줄 리도 없으니 나는 알 도리가 없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을 몰아내겠다고 하는 총력수사라면 할 말이 좀 있긴 하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해 임명한 장관에 대해 검찰이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수사해서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오늘 그 검찰의 권력은 제대로 민주적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된다. 도대체가 무슨 의도인지 알 도리가 없는 나로서는 이에 대해 더 말한다는 것은 가정에 추측을 더해서 하는 말짓거리가 될 뿐이리라. 여기서 나는 촛불시민혁명의 계승을 말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관해 뭐라 공약했는지 살펴봤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 ‘검찰의 외부 견제기능 강화’ ‘권력기관의 수사방해 행위 제어’ 등을 통해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고 권력기관 개혁의 첫 번째로 공약하고 있었다(‘나라를 나라답게’,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27~28면). 정책자료집에 써 있는 대로면 기승전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 입법 등을 통해 실현해야 할 것을 제외한다면, 현재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공약은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검찰이 자신의 상관인 법무부 장관 눈치도 안 보는 수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공약을 살펴봤다.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해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 수사 차단을 공약했는데, 지금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보면 검찰의 권력 눈치 안 보기 수사는 이뤘다고 볼 수 있겠다. 검찰의 독립성은 결국 수사 및 기소 등 검찰권력의 공정한 행사를 위한 것일진대 지금 자신의 상관인 조국 장관 관련한 수사 및 기소를 통해서 보면 더는 보장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한 사법개혁 논의를 보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서 치열했다. 검찰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내지 사법개혁은 공수처가 설치되고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권이 조정되면 실현되는 것이라고 여겨 왔다. 그리고 관련 법률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지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무어라고 나는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단 말인가. 그 검찰개혁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에 무엇이라고 이러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경의 수사권이 조정되면, 노동자의 자유가 더 보장되는가. 어떤 노동자권리가 확보되는가. 고위공직자에 대해 별도 수사처를 설치하든 말든, 수사의 착수 및 종결 권한을 검사가 행사하든 경찰이 하든 거기엔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가 없다. 혹 민주적 통제을 말한다면, 그건 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과 별개로 논의·도입할 문제다. 적어도 이 부분은 노동자도 국민으로서 이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권력기관의 권력조정이 아니라 권력의 민주적 통제 내지 민주주의 문제를 공약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검찰개혁 내지 사법개혁이었다면 오늘 이렇게 무관심하게 조국 사태를 지켜보지 않았을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 의사에 따른 권력기관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공약하고 실현하고자 했다면, 오늘 서초동 촛불집회는 지난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처럼 국민 열망으로 거대하게 타올랐을지 모른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기능을 다한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새 시대의 헌법을 열겠다”고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반영하는 국민주권시대를 지향하는 개헌 추진을 공약했다(‘나라를 나라답게’, 24~25면). 이렇게 헌법 개정까지 공약한 마당에 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의 의사에 따르도록 하는 민주적 통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얼마든지 공약하고 추진할 수 있었다. 그렇지가 않으니 오늘 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은 노동자에겐 그들만의 권력조정으로 보일 뿐인 것이다.

4. 혹시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 있게 되면, 근로감독관도 사법경찰로서 경찰처럼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노동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해가 없을 수 없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등 고소·고발을 해도 근로감독관이 된다고 해도 검사가 안 된다고 해서 처벌하지 못한 사용자를 기소해 처벌할 수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 근로감독관 수사에도 해당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설사 해당한다고 해도 나는 근로감독관이 할 수사를 아직 믿지 못한다. 지금까지처럼 행사한다면 그건 조정하나 마나라고 감히 나는 말할 수 있다. 내가 노동자권리 보장에 관한 투철한 의식을 가진 근로감독관을 많이 보지 못한 탓이다. 지금까지 파견법 위반 등 수많은 사건을 노동자를 대리해서 고소·고발해 왔다. 그 사건처리에서 근로감독관이나 검사나 마찬가지였지 근로감독관이 검사보다 낫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오늘 검경의 수사권 조정 관련한 논의를 보면, 경찰의 수사권 행사에 대해서는 인권과 법에 이해부족을 들어 비판하기도 한다. 이는 근로감독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권리와 노동법에 관한 투철한 이해가 없다면 그게 그거라고 말할 수 있다.

5. 이렇게 조국 관련 수사 사태를 끄적거리면서 내게는, ‘우리가 조국’일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찰개혁 등은 단순히 권력기관 조정이 아니라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을 위한 그들만의 논의고, 조정에 그칠 뿐이다. 거기서 국민은 그들의 싸움을 뉴스로 읽는 관전자에 머무르게 된다. 국민을 관전자로 세우고서는 개혁은 기득권 권력의 저항을 헤치고 나아갈 수가 없다. 기껏해야 개혁 이름의 ‘조정’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 이 나라에서 조국 사태에 문재인 정부가 허우적거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국민을 위한 개혁으로서 분명히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통제 등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의 개혁이라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개혁일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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