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거주시설의 장애인 강제 퇴소를 인권침해로 보고 보건복지부에 시설 거주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세부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경기도 소재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 올해 1월 이후 거주 장애인 15명을 강제 퇴소시켜 다른 시설이나 병원에 전원시키고 있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시설은 올해 100명, 2022년까지 80명으로 정원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들어 15명을 퇴소해 111명까지 거주자 정원을 줄였다.

시설측은 "정부의 장애인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따라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시설 소규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있거나 소규모시설이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중증장애인을 선정해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퇴소·전원을 결정했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는 시설측 주장과 달랐다. 당사자 신청이 아닌 보호자 신청 또는 시설측 퇴소판별위원회 결정에 따라 임의로 퇴소·전원된 사실이 확인됐다. 판단능력이 부족한 무연고 지적장애인을 다른 시설이나 병원으로 전원시키면서 후견인 지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판단능력에 문제가 없는 지체장애인도 당사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퇴소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

인권위는 이를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인 장애인 시설장과 사무국장·생활재활교사들에게 "시설거주인에게 당사자 의사능력 정도를 고려해 전원 예정 시설의 정보를 사진·영상자료로 충분히 제공하고, 해당 시설을 사전에 방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는 지도·감독 강화를, 보건복지부에는 거주인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존중될 수 있게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에 관련 세부지침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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