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실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 때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는데, 다시 출근하는 날 해소된 스트레스가 한 번에 찾아왔다. 이 지역 고용노동청이 지청을 점거했다고 민주노총 전북본부 임원과 상근활동가를 포함해 30여명을 무더기로 고소했다. 와! 이런 일도 있구나.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체결하자마자, 아무런 예고 없이 그동안 제공했던 기숙사 문을 닫아 버려도, 단체교섭 공고를 안 하겠다고 근로감독관 앞에서 대놓고 내뱉어도 자기들 수명은 천년만년인 양 느긋하던 이 지역 노동청이 아닌가.

이 지역 노동청은 재빠르다. 노동조합을 탄압할 때만 재빠르다.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할 때는 전광석화 같다. 전수조사도 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노동조합을 고소할 때도 단호하다. 사건을 처리할 때 사업주를 바라보는 그 인자한 근로감독관 모습이 아니다. 멀쩡한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통보할 때도 그렇다.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갈 때는 노동조합이 뭘 하는지 꼼꼼히 조사한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사항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불법파업이라고 낙인찍어 버린다. 법원 판단이 뭐든 행정기관에서 할 일은 하겠다며 그 어려운 파업의 정당성을 바로 판단한다.

반면 노사가 산업평화를 위해 수많은 교섭과 피땀으로 만든 단체협약은 전수조사까지 하면서 대대적인 시정명령을 해대고 있다. 정작 노동부 전수조사는 현재 해당 단체협약 조항이 적용되는 조합원이 있는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 시정명령 필요성을 판단하는 지점에서는 멈춰 버린다.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할 때는 노사자율을 무슨 소 닭 보듯 하던 노동부도 단체교섭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을 주선하고 단체교섭과 관련된 법령을 지킬 것을 노사에 지도해 줄 것을 요청할 때는 노사자율을 들이댄다.

이 지역 노동청은 하루아침에 해고된 노동자가 해고예고수당이라도 받아 보겠다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면 제대로 조사해 보지도 않고 회사측이 분명하고 명확하게 해고했다는 증거를 노동자에게 요구한다. 이렇게 분명하고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던 이 지역 노동청은 지역 소각자원센터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에 근무를 해도, 근무시간 이후에 회사측의 교육을 받아도 ‘묵시적’이란 불분명하고 부정확한 단어로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내사종결(혐의 없음) 처리해 버렸다. 사건과 관련해 근로감독관이 뱉은 말 중에 ‘포괄임금’이 있어 회사의 임금체계가 포괄임금제라서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근로계약서에, 취업규칙에 포괄임금이란 단어가 없음에도 회사측 편을 들어주던 이 지역 노동청이 정말 분명하고 명확한 증거를 강조하던 그 노동청인가?

노동부가 이른바 비정규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를 외면하고 저성과자 해고절차를 공정인사제도라고 포장하던 일들은 과거니까 그렇다 치자. 그러나 현재도 만연한 이 지역 기업들의 불법파견 문제에, 죽음조차 차별받는 위험업무 외주화 문제에 어떤 조치를 취했나. 그런 노동부가 노동자들을 고소할 자격이나 되나? 사실 복잡한 불법파견 문제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공정한 사회 실현의 첫 단추는 철저한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다. 그럼에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사업장은 부지기수다.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사용자의 범죄행위 근절을 위해 이 지역 노동청이 어떤 노력을 했나. 위법한 내용의 취업규칙이 널려 있다. 노동부에서 제대로 심사의무만 다했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취업규칙 내용을 모르는 노동자들도 태반이다. 사용자의 취업규칙 주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또 어떤 역할을 했나. 제발 지금 당장 시급한 노동부의 제 역할이나 먼저 하길 바란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엉뚱한 일들만 벌이던 사람을 훈계하기 위해 ‘먼저 인간이 돼라’는 철 지난 말이 있다. 이 철 지난 유행어를 이 지역 노동청에 전하고 싶다. 먼저 노동부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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