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 돌아오면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 뉴스가 '임금체불'이다. 우리나라 임금체불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20만6천775명의 노동자가 임금 1조112억원을 받지 못했다. 올해뿐만이 아니다. 임금체불 규모는 해마다 10%가량 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5년의 경우 체불된 임금액이 1조2천993억원이었는데 지난해는 1조6천472억원을 넘어섰다.

그나마 이 체불액도 노동부에 신고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과소추정됐다는 비판을 산다. 건설현장에서 2개월 정도 지연 지급되는 소위 '유보임금'이나 회사가 어려우니 한두 달만 기다려 달라는 요청에 참고 견디는 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은 포함돼 있지 않다. 체불임금 실제 규모는 추정하기도 어렵다.

임금 주느니 벌금 내고 만다는 사용자

그렇다면 왜 임금체불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것일까. 임금을 체불해도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체불사업주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동시에 적용돼 임금체불로 인해 사용자가 치러야 할 민·형사상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는 "체불사업주 처벌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체로 체불임금액의 20% 수준에서 사업주에게 약식으로 벌금이 부과된다"며 "심지어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사건을 조사하는 기간에 지급하면 별다른 벌칙 없이 사건을 종결하고, 노동자·사용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하서를 제출하도록 해 실제 아무런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체불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과 민사적 책임 수준이 낮아 임금체불이 반복·확산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임금체불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편이다.

체불하면 극장상영 금지했더니
영화산업 체불 4분의 1로 뚝 떨어져


우리나라 영화산업계도 임금체불이 심각한 곳 중 하나다. 2009년 영화 스태프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스태프 45.1%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 영상산업 종사자 고충처리센터인 '영화인신문고'에 접수된 임금체불 규모도 17억2천만원(체불인원 467명)이다.

노사정협의체인 영화산업 노사정은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임금체불 등으로 분쟁 중인 제작사와 관련자에 대한 투자와 배급·상영(공동제작 포함)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한국영화산업 노사정이행협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2014년 14억2천만원(인원 100명) 규모였던 체불 규모는 지난해 4억원(체불인원 29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종수 노무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산업 임금체불사건 중재기구의 성과와 시사점' 이슈페이퍼에서 "노조 중심으로 운영되던 영화인신문고가 노사정 합의체 형태로 제도화 틀을 갖추고, 영화산업에서 투자·제작·상영까지 독과점하는 대기업들이 노사정이행협약에 참여하면서 강력한 제재수단을 확보한 것이 임금체불 해결에 실마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