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가던 집배원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고와 관련해 우정사업본부 책임론이 부각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려 시간에 쫓긴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국집배노조는 지난 7일 오후 충남 아산 아산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명절소통기간에 반복되는 집배원 죽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아산우체국 관할 염치우체국에서 별정직 집배원으로 일하던 박인규(57) 집배원이 6일 오후 7시40분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우체국으로 돌아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그는 27년 동안 집배원으로 일했다.

고인은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4배 늘어나면서 장시간 노동을 했다. 휴가 중인 동료 물량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까지 배달을 도왔다. 사고현장 수습을 도운 조성대 노조 아산우체국지부장은 "박인규 동지는 평소보다 네댓 배 증가한 택배를 처리하기 위해 시간에 쫓겨 일했다"며 "태풍이 오는 악조건에서 오토바이를 끌고 일했고, 일이 많아 해가 진 뒤에도 배달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명절을 앞두고 2~3주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한다. 평소 대비 늘어난 우편물을 처리하기 위해 집배원들은 연장근무를 한다. 노조는 올해 추석 물량이 평소보다 47%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우체국들은 백화점·홈쇼핑 등과 계약을 한 상태인데 이들 물량은 대부분 부피가 크다"며 "물건 부피는 크고 개수는 많고 시간은 촉박한 탓에 집배원들이 죽기 살기로 일하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14일에도 서산우체국 곽아무개 집배원이 명절 배달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정사업본부는 명절기간에 되풀이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특별소통기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일몰 이후 배달을 중지하고 정규 집배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