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국립암센터 개원 이래 처음으로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다. 보건의료노조 광주기독병원지부도 8일로 11일째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로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노조 산하 사업장 노동자들이 속속 파업에 돌입하거나 파업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보건의료 노사는 올해 5월29일 산별중앙협약에 잠정합의했다. 이후 이뤄진 특성별·지부별 교섭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해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지부는 현재까지 49곳이다. 이 중 광주기독병원지부·국립암센터지부 2곳이 파업 중이다. 조선대병원은 교섭 타결로 3일 만에 파업을 중단했다. 부산대병원지부를 비롯한 국립대병원 지부는 교섭 상황에 따라 이달 16일 각 지역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 6일 오전부터 파업

8일 노조에 따르면 국립암센터지부는 지난 6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5일 자정까지 이어진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도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파업에는 지부 조합원 972명이 참여했다.

노사는 올해 6월24일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지난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5일 경기지노위 공익위원들은 전년 대비 임금 총액 1.8% 인상(시간외수당 제외)과 특수부서에 위험수당 5만원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수용했지만 병원측은 거부했다. 병원측은 “임금인상 총액이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인 1.8%를 넘는다”며 “전년 대비 임금 총액 1.8% 인상안에 연장근무수당 부분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은 결렬됐다.

노조 관계자는 “지노위 조정안은 노조 요구 중에서 극히 일부만 수용한 내용인데도 병원측이 거부했다”며 “공공병원인 국립암센터가 공적기구인 노동위 조정안조차 거부한 것은 상식 밖 일이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부에 따르면 국립암센터측은 파업에 대비한다며 환자들에게 퇴원을 요청하고 신규환자 입원을 줄였다. 평소 95~97%였던 병상 가동률은 6일 오후 3시30분께 42.3%로 떨어졌다. 입원환자는 240여명 수준이다. 5~6일에도 320여명이 퇴원하고 20여명이 새로 입원했다. 노조는 “불가피하게 파업에 돌입했지만 필수유지업무는 계속 유지할 것이며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병동의 경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수간호사와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천대길병원지부 조합원 74% “파업 찬성”

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부는 3일에서 5일까지 재적 조합원 1천97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904명(투표율 82.2%)이 투표에 참여해 813명(재적조합원 대비 74.1%)이 찬성했다.

지부는 임금 총액 전년 대비 15.3% 인상과 간호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측은 임금체계 개편분을 포함해 임금 총액 5%를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조정기한은 이달 9일까지다. 노조는 합의하지 못하면 파업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가천대길병원과 규모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은 다른 사립대병원 인건비 비율이 평균 45%인데, 가천대길병원은 35%로 매우 낮다”며 “병원측은 노조의 요구에 진정성 있는 응답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기독병원지부는 지난달 29일부터 11일째 파업 중이다. 지부는 병원에 2017년 기준 공무원 기본급 100% 지급을 요구했다. 현재 임금은 2017년 공무원 기본급의 91%다. 병원은 직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을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와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은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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