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가히 역대급 검증, 아니 공격이었다. 지난달 9일 청와대의 개각 발표 직후부터 시작된 야당의 사활을 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공격은 애교에 불과했다. 인사청문회가 결정되자 검찰은 조 후보자 주변을 대상으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했다. 급기야 이달 6일 국회 인사청문회 종료를 1시간여 남기고 후보자 부인을 기소하는 극히 이례적인 공격을 가했다.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논란과 관련해) 공소시효 마지막날"이라는 이유를 댔다. 누가 보더라도 검찰이 정권에 던지는 경고이자 협박이었다.

조 후보자는 지난 한 달간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제기와 공격에 이렇게 말했다.

“과거 감옥에 다녀온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의 시련이었다.”

조 후보자만 시련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애써 외면했던 불평등과 기득권의 민낯을 오롯이 지켜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외려 '그들만의 세상'과 '무소불위 권력'의 실체를 목도해야 했다. 조 후보자는 “법무·검찰의 개혁을 완결하는 것이 제가 받은 과분한 혜택을 국민께 돌려 드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불평등과 강고한 기득권을 해체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 일일가.

서울대 75% 고소득층·학부생 80% 장학금 받아

6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조국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4시간 만인 자정에 끝났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예상대로 채택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후보자 딸의 대학입시 비리의혹을 캐물었다. 고등학생이 의학논문 1저자로 등재되고 대학에서 각종 장학금과 표창장을 받은 경위와 그 과정에서의 위법성 여부가 주된 질의였다. 조 후보자는 “아이에 대한 허위뉴스가 유포된 것은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다.

TV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 마음도 좋지 않았다. 부모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곧 스펙이 되는 사회에서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조 후보자의 딸이 누린 많은 혜택은 국민 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 가족 74.75%가 소득 9~10분위(고소득계층)이며, 학부생의 79.9%, 대학원생은 89.5%가 장학금을 받았다. 송 의원은 “지난해 서울대 동창회에서 장학금을 준 인원이 1천200명 정도”라며 “후보자 딸에 대한 비난이 과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통계는 교육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박지빈(30)씨는 8일 “비싼 대학원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학부 조교를 하면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했다”며 “늘 등록금에 쫓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부라는 것도 부모 재력이 따라 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조국 사태를 겪으며 어차피 오를 수 없는 계단이었음을 확인했다”고 씁쓸해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딸은 사실상 의학전문대학원 재수를 위해 적을 두고 있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동양대 교수인 부인이 재직하는 곳에서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하고 급여를 받았다”며 “등록금 때문에 휴학해야 하고 학기 중 알바를 뛰는 젊은이들에게 후보자 임명 문제는 상징이자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다면 이 젊은이들이 어떤 상처를 입을지, 공정성이나 가치관에 얼마나 큰 혼란이 올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그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인사청문회 도중 배우자 기소 “검찰공화국” 비난 거세

검찰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던 6일 밤 10시50분께 그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 관련 사문서 위조 혐의다. 검찰은 6일 자정까지인 공소시효(7년)를 넘기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이, 그것도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에 이뤄진 기소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초동에 있어야 할 검찰이 여의도 청문회장까지 왔다”며 “지극히 불행한 일이고 정치검찰의 잘못된 복귀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비판은 검찰 내부에서도 쏟아졌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검찰 내 성폭력 묵살사건은 1년3개월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에 대해서는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역시 검찰공화국”이라고 힐난했다. 검찰 내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던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같은날 “보아라 파국이다”라며 “이것이 검찰이다. 거 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이라는 글을 SNS에 남겼다. 그는 8일에는 "검찰권 남용 피해의 당사자로서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사람들은 여전히 검찰을 너무 모른다"고 일갈했다.

이렇듯 조 후보자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배우자 기소를 두고 “검찰 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의 전초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각종 의혹에 대한 합리적 수사의지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박훈 변호사(박훈법률사무소)는 “검찰이 자기들의 권한을 내놓지 않기 위해 배우자 기소라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 검찰 개혁이 매번 좌절되는 과정을 겪어 왔기에 상당히 회의적이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끝을 봐야 한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검찰이 모든 권력 위에 서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 불평등과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넘어 삶의 출발지점부터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를 제거해야 한다”며 “가진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 속에서 가지지 못한 자는 그 제도를 이용할 수도 없고, 따라가지도 못한다. 불평등을 야기하는 제도를 의도적으로라도 축소하고 대학서열화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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