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금융중심지 조성을 위한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한국 금융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국책은행 지방이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펼친 주장이다. 토론회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심상정 정의당 의원·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금융노조가 주관했다.

2007년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금융중심지법)이 제정됐다. 서울 여의도는 종합금융중심지, 부산 문현지구는 특화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북을 제3의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러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로 국책은행 본점을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강다연 연구위원은 “현재 부산 소재 외국 금융회사는 3곳뿐이며 대다수 국제금융회의는 여전히 서울에서 개최된다”며 “서울도 국제금융중심지로서 입지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산 금융중심지 중복지정은 네트워크 효과나 집적효과가 경쟁력인 금융에서 낙후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올해 3월 기준 36위다. 2015년 6위를 기록한 뒤 매년 하락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뉴욕·런던 같은 국제금융도시는 금융기관 간 소통·시너지 극대화로 세계 최고 금융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외국 주요 금융중심지 발전 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성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여야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는 금융산업에서 기관을 분산시킬 경우 글로벌시장 내 한국 금융경쟁력이 더욱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 의견도 같았다. 김형선 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300인 미만 사업체의 41.7%가 서울·경기에 있고 중소기업 대출 잔액의 57.9%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법률에 명시된 설립취지에 어긋나게 비효율적으로 은행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현호 노조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은 업무특성상 사업심사, 대주단 협상 등을 위해 외국 출장이 잦은데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주요 업무 마비가 불가피하다”며 “국내외 주요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에 지장을 초래해 수출입은행이 기금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의 해외 원조정책·대북정책 이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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