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동박(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 세계 1위 생산업체인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 지분을 ㈜SKC에 매각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KCFT노조(위원장 최영진)가 "KKR이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일한 노동자의 피땀은 외면한 채 매각 이후 고용보장 여부도 알려 주지 않고 먹튀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금속노련과 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을지로 KKR 서울사무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SKC는 올해 6월 이사회에서 KCFT 지분 100%를 1조2천억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하고 KKR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KKR이 KCFT를 인수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재매각 사실을 발표했다"며 "노조는 회사 매각과 관련한 고용문제를 포함해 여러 사항을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논의하려 했지만 회사는 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노조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CFT는 2017년 8월 KKR이 LS엠트론 동박 사업을 양도받아 만들었다. 당시 인수금액은 3천억원이다. 1조2천억원에 되팔기로 한 만큼 KKR이 1년10개월 만에 거둔 매각차익만 9천억원이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소재다. 동박에 음극재인 흑연을 코팅하면 2차 전지용 음극이 완성된다. 전지용 동박은 얇을수록 많은 음극재를 코팅할 수 있다. KCFT는 올해 4.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극박 동박을 50킬로미터 길이 롤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경쟁업체의 절반 두께다. 성장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준다. 지난해 상여금을 월할 지급 방식으로 바꿔 겨우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한 상황이다. 2017년에는 생산직 노동자 45%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영진 위원장은 "KCFT를 인수하겠다는 SKC가 인수대금 1조2천억원 중 7천억원을 차입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추후 이자비용과 원금상환 비용, 투자비 대부분이 KCFT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큰데 노동자에게 더 큰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KKR측에 “회사 매각과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회사 가치를 성장시킨 노동자의 노고를 인정해 매각차익에 대한 공평한 분배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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