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9. 8. 12. 선고 2018노3486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1. 판결의 요지

서울중앙지법 50형사부는 지난 12일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016년 1월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민원실에 침입해 ‘사장 편만 드는 근로감독관 OUT’ ‘고용노동부 장관이 책임져라’ 등이 기재된 대형·소형 플래카드를 펼치고 “알바노조 뭉쳐야 갑이다” “노동부 장관이 해결하라”는 등의 구호를 제창하며 민원실을 점거하고 시위한 것에 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서울중앙지법 2016고단7439, 2017고단1858 병합)이 정당하다며 알바노조측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2. 사실관계

알바노조는 전 연령층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조직돼 노동자들의 고충이나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나 토론회·간담회·상담활동을 했다. 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했다. 2013년 출범한 1기부터 알바노조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해도 감독관들이 시간을 끌거나, 무성의하게 면담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며 사업주 편을 드는 태도 문제를 노동자 상담 등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 노조는 구체적인 민원제기 기획을 2015년 11월30일 하게 됐다. 그리고 이후 꾸준히 근로감독관들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으며, 알바노조 1기 시절인 2015년 12월10일 ‘인권 없는 알바들의 성토대회’를 개최하고, 서울지방노동청에 면담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알바노조가 면담요청을 제기하자, 당시 서울지방노동청장은 2015년 12월28일 받아들였다. 알바노조 집행부가 서울지방노동청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청장과 배석한 공무원들은 “근로감독관들이 그럴 리가 없다”며 “일부 근로감독관의 일탈행동”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와 보라고 이야기했다.

알바노조는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오라는 배석 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노동청 진정 경험이 있는 알바노동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99%가 근로감독관의 민원처리 과정에 불만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위 설문에서 체불임금 합의 종용, 처리기간 지연, 3자 대면 강요 등 여러 사례를 수집할 수 있었다. 알바노조는 2016년 1월17일 면담에 따른 별다른 시정조치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알바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근로감독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게 됐고, 위 기자회견은 1기 알바노조 집행부 주도로 이뤄졌다.

이후 2016년 1월22일 알바노조 정기총회 자리에서 2기 알바노조 집행부 후보들은 근로감독관 문제 해결을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정기총회 당일 제안된 사업 중 일부는 알바노조 1기가 했던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채택한 것으로, 근로감독관 문제 개선은 그러한 맥락에 있는 사업 중 하나였다. 정기총회 때 제안된 계획은 노동청장과 근로감독관을 면담해 근로감독관 인권협약 및 인권교육 실시, 근로감독관 확충,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위반 처벌 강화를 요구하자는 것이다.

총회 직후 알바노조 2기 위원장은 서울지방노동청에 근로감독관들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과 함께 “항의민원”을 접수하러 가겠다고 제안했고, 민원 접수에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합원 다수가 동행했다.

알바노조 2기 위원장과 조합원들은 서울지방노동청 민원실에 찾아가 피해사례를 알리고 민원을 제기하려고 했던 것이고, 서울지방노동청에 피해사례를 진정하면서 플래카드와 손피켓을 들고 피해사례를 민원실 안에서 발표하게 됐던 것이다. 당시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민원을 제기하던 시민들은 그대로 민원을 제기했고, 업무를 보던 공무원들도 자신들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었다.

알바노조는 민원을 제기한 후 바로 나가려고 했으나, 경찰이 도착해 출입문을 봉쇄하고 연행을 시작했다. 직후 검사는 당시 민원실에 있던 알바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했고, 원심 법원은 지난해 10월31일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항소심 법원은 지난 12일 항소를 기각했다.

3.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민원을 제기할 목적이 아니라 시위 목적으로 서울지방노동청 민원실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고, 가사 민원 제기의 목적이 일부 존재했더라도 민원 신청은 문서로 해야 하므로(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8조), 피고인들이 민원실에서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구호를 외치거나 방송장비를 이용해 발언하는 행위를 적법한 민원신청으로 볼 수 없는 점,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은 사용자에 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서울지방노동청에 대한 민원 또는 집회·시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들이 법령에 따라 적법한 집회 또는 시위를 마친 뒤 정식으로 민원신청 절차를 이행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했으므로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이 없었거나 비난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4. 항소심 법원의 판단에 관해

그러나 알바노조가 꾸준히 근로감독관들의 태도에 관해 문제를 제기해 왔고, 서울지방노동청측에서 근로감독관들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직접 가져오도록 요청해 알바노조에서 설문조사나 피해사례 접수 등을 통해 확인된 사항들을 서울지방노동청에 전달하기 위한 차원에서 민원실에 들어간 이상 플래카드나 구호 제창을 시위라고 보더라도 위 시위는 민원 제기의 부수적인 행위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더군다나 서울지방노동청 민원실은 근로감독관들의 부당한 행태에 대해 민원을 호소할 수 있는 장소로 알바노조의 위 시위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던 이상 민원실 본연의 목적에 반하는 것도 아니며, 민원실에 찾아온 시민들을 공무원이 그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함부로 나가라고 할 권한도 없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알바노조는 경찰의 진압이 아니었더라면 문서로 근로감독관들의 부당한 행태에 대해 민원도 제기하려고 했다.

또한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의 경우에는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그곳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출입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중이 고함이나 소란을 피우면서 출입하거나 출입이 금지된 시간에 들어가거나 시설을 손괴하는 등 범죄 목적으로 들어가거나 또는 들어가는 방법 자체가 일반적인 허가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등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들어가는 행위를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한다고 봐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79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알바노조는 단지 근로감독관의 부당한 행위들에 관해 문제제기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출입이 허용된 시간에 들어간 것이어서 서울지방노동청의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고, 또 서울지방노동청 공무원의 퇴거요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알바노조가 민원을 제기한 직후 나가려고 했으므로 별도로 퇴거불응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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