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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제산업의 객공 시스템
▲ 김형탁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봉제업은 서울 패션의류시장 구조에서 가장 하부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서울 도심제조업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봉제 외에 서울 도심제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업종은 제화·인쇄·보석세공업 등이다. 봉제는 서울 전체 도심제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봉제산업은 2016년 기준으로 사업체당 종사자가 5.9명으로 대부분 업체들이 10인 미만의 영세업체들이다. 그래서 노동 권리와 관련해 논의할 때 주로 업체의 영세성이 초점이 되기 쉽다.

그러나 봉제산업 노동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객공제도를 알아야 한다. 봉제업의 핵심 노동력은 객공이기 때문이다. 객공은 특정 사업장에 종속되지 않고 작업당 정해진 단가에 따라, 그리고 만들어진 제품의 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노동자를 말한다. 객공 외에도 요즘에는 일당으로 임금을 받는 일당 노동자들도 많이 늘고 있다. 객공에는 재단사·미싱사(재봉사)·아이롱사(다림질)·마도매(끝손질)·보조 등이 있다. 이들은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에서 주문하는 옷을 주로 생산한다. 업체에서 옷 주문을 받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신속하게 일을 마친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동대문 패션타운에서는 주문에서 납품·수출에 이르기까지 일주일 이내에 모든 공정을 마칠 수 있다. 우리나라 패션의류산업의 패스트패션 시장 형성 가능성에 대한 모든 논의와 구상은 거창한 4차 산업혁명·기술혁신이 아니라 30년 이상 한 가지 일에 종사해 온 숙련 객공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계가 그 일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숙련된 객공들이 그 일을 해낸다.

봉제산업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 주력업종이었던 의류산업이 쇠퇴하고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주로 국내시장 수요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봉제공장 사업주 입장에서는 직원을 정규직으로 둘 경우 퇴직금과 4대 사회보험 부담이 있고, 또 비수기에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워 객공이나 일당 노동자들을 사용하게 됐다. 객공들은 성수기에는 하루 종일 일을 해서 200만~400만원을 벌지만, 비수기에는 수입이 아예 없는 상태로 지내게 된다. 예전에는 비수기 때도 성수기에 필요한 옷을 미리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런 일감들이 아예 없다.

성수기·비수기가 뚜렷해지면서 작업 단가도 오르지 않고 있다. 일감을 따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봉제업체들 간의 경쟁도 심해진다. 시장 상인들이 납품 단가를 낮춰 부르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패션사업에 새롭게 진입하는 정보에 빠른 젊은 층들은 봉제공장들의 단가를 데이터화해 단가를 낮춰 부르고 있는 형편이어서 작업 단가가 더욱 낮아지는 경향도 있다.

한편 객공시스템은 수십 년간 한 가지 일만 하며 쌓아 온 노동자들의 작업 기술과 능력을 사업체에 축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낳고 있다. 성수기에 주문량이 많더라도 객공들의 수를 늘리거나 손놀림을 더 빠르게 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사업장 기술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주문이 안정적이면 고가의 기계를 들여놓을 수도 있겠지만, 주문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비싼 기계는 들여놓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들여놓은 기계는 비수기에는 비좁은 사업장의 공간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어서 차라리 객공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문제는 숙련된 객공 기술자들이 고령화되고 있어서, 이 세대들이 일을 할 수 없는 때가 오면 더 이상 봉제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디자이너로 패션산업에 진출하는 젊은 세대들은 있지만 재단사나 봉제사 같은 고된 일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숙련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패션의류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전에 객공 노동자들의 노동생활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객공들은 사업장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노동자로서 권리를 전혀 누리지 못한다. 당연히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 대상도 되지 않는다. 노동 권리에 대한 논의를 법인사업체 중심으로 지속하는 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

앞으로 사업체에 종속하지 않는 독립 노동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직접고용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도 있지만,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현재 노동시장에 들어선 에코세대(베이비부머의 자식세대)들은 부모세대들과 일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르다. 이들에게 독립노동은 아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의 한 형식이다. 아무튼 이 영역의 일들은 최저임금 적용 범위에도 벗어나 있다. 따라서 노동구조 전반의 변화에 대한 창의적인 대안 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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