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에 들어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단협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말로는 노조를 인정한다고 해 놓고, 실질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죠.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지 않으니까, 답답한 거죠."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만난 금속노조 대구지부 삼성전자서비스대구경북지회 디지털동대구분회 조합원 신재훈(47)씨의 말이다. 이날부터 이틀간 일손을 놓고 지회 상경투쟁에 함께했다. 외근기사인 신씨는 "노조 인정의 첫걸음은 노조활동시간 보장인데, 이를 모르쇠하고 있다"며 "삼성은 말로만 노조 인정을 한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활동 보장한다던 삼성, 행동으로 보여라"

금속노조 전국 9개 지역(서울·부산양산·경남·울산·경기·광주전남·대구경북·충청·인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5일부터 이틀간 파업을 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서비스씨에스(자회사)에 고용된 콜센터 노동자들과 올해 1월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고용된 서비스 노동자들은 3월부터 사측과 첫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회에 따르면 크게 대립하는 부분은 조합활동 요구안이다. 지회는 △조합원 자격과 가입 △조합활동 보장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홍보활동 보장 △전임자 처우 △조합비 등 일괄공제 △시설 편의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해고자 조합가입과 지회 대의원회의·지회별 운영위원회·분회 회의·지회장 활동시간·조합원 교육시간·감사위원 감사시간 보장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합원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자료제공도 거부했다.

이승열 노조 부위원장은 "3월 상견례 후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교섭을 했는데 삼성은 기본적인 노조활동조차 보장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어떻게 하면 시간을 질질 끌어 노조가 제풀에 떨어져 나갈까 궁리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별개 법인이라서 집단교섭 불가?
"40여개 별개 법인과도 집단교섭 했다"


교섭형태 이견도 크다. 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서비스씨에스가 같은 자리에서 교섭하는 집단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집단교섭은 여러 회사 노동조건을 통일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실효성이 있다"며 "서비스와 콜센터는 매우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테이블에서 한꺼번에 논의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는 "법인이 별개라서 집단교섭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회는 이에 대해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014년 지역별 집단교섭으로 쟁점을 좁혔고, 2015년에도 임금교섭 때부터 집단교섭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4년간은 7개 지사별 대표들의 집단교섭으로 임금·단체교섭을 갱신했다. 지회 관계자는 "당시에도 50개 가까운 별개 법인에서 집단교섭을 했는데, 겨우 2개 법인이 집단교섭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김한나 노조 광주전남지부 삼성전자서비스광주전남지회 광주콜센터분회장은 "(콜센터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신세"라며 "회사는 집단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회사는 조합원의 인사배치 등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권 요구를 거부하고 심지어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를 하며 단협요구 개악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노조를 인정하기는커녕 노동자를 이익창출의 소모품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박2일 상경투쟁 이후에도 지회별 파업을 이어 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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