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병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이사장(전 민주노총 위원장)

영남대의료원에서 해고당한 박문진·송영숙 두 여성노동자가 70미터 높이의 병원 옥상 옥탑 위로 올라간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사이 태풍 다나스도 거쳐 갔고, 지금은 연일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이 심각하게 염려되는 시점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두 여성노동자가 빠른 시일 안에 건강한 몸으로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문제의 발단은 2006년 참여정부 시절로부터 비롯된다. 2006년 교육부의 관선이사 파견이 소멸되자 박근혜는 이사 7명 중 자신이 추천한 4명의 이사를 통해 재단을 실질적으로 장악해 갔다. 그때까지 직원들이 총장과 학장 그리고 의료원장을 직접 선출하고 선출된 사람들을 통해 학원과 병원을 민주적으로 운영했다. 박근혜는 하루아침에 선출직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것을 임명직으로 돌려 버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남학원 산하 모든 행정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재단 운영을 마음대로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영남대의료원은 노조파괴 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교섭 불참 및 해태→파업 유도→개악안 제시→단체협약 해지→노조간부 징계→노조 무력화' 수순을 밟았다. 950명이던 조합원은 70명으로 급감했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재단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당시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묵시적 동의와 방조가 있었다. 이것이 13년 동안 영남대의료원에서 진행된 노사갈등의 본질이다.

영남대의료원의 노조파괴 공작은 참여정부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노조탄압 사례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영남대의료원의 해묵은 노사갈등을 해결하고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첫 번째는 역사적 책임이다. 자타가 인정하듯이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과 정치적 뿌리는 참여정부다. 영남대의료원 노조파괴 공작에 동원됐던 창조컨설팅은 그 불법성이 인정돼 노무법인 인가가 취소됐다. 노조파괴를 주도했던 심종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1년2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자행된 병원측의 불법·탈법·편법을 노동부나 경찰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만약에 노동부나 경찰이 최소한의 중립을 지켰더라면 영남대의료원의 노조파괴 공작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영남대의료원 노조파괴 공작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역사적·정치적·도덕적 책임이 있다.

두 번째로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광장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로 바로 세우겠다고 국민에게 굳게 다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 노력했던 사실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가장 많은, 그리고 가장 본질적인 적폐가 켜켜이 쌓여 있는 노동 분야에서 자행된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한 노력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단순한 노동자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노동현장에서 또 노동자 삶 속에서 헌법적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고 보장될 때만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나라다운 나라도 정의로운 나라도 만들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영남대의료원의 노조탄압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를 바로잡음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했던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 약속이 거짓이 아니고 아직 그 열망과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박문진·송영숙 두 여성노동자의 70미터 옥탑 농성이 벌써 한 달을 넘긴 상황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시간만 밖에 서 있어도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세 평이 채 되지 않는 옥탑의 좁은 공간에서 사실상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농성이 지속된다는 것은 이미 두 여성노동자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개별 노사관계(결코 개별 노사관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문제에 정부가 어쩌겠느냐는 식의 안일한 판단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면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