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 항공사의 한국-중동 간 항공노선 증편을 요구한 가운데 노동계가 국내 항공 노동자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31일 성명을 내고 “7~8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한-UAE 항공회담을 앞두고 중동 항공사들이 인천~두바이 노선, 인천~아부다비 노선 증편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보호하고 노동자들을 살리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은 인천에서 두바이·아부다비로 가는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운항 중이다. 아랍에미리트측은 이를 주 7회씩 증편해 14회로 늘려 달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항공운항 증편이 국내 항공산업을 위협하고 항공노동자 일자리 축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중동 항공사가 최근 10년간 세계 항공시장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유럽연합(EU)에서는 국적 항공사들이 기존 운항 노선을 정리하거나 신규 노선을 개설하지 못했다. 일자리 8만개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중동 항공사 증편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항공업계의 유럽 노선 적자가 확대돼 직항노선이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항공업계에서는 노선 1개당 최대 1천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우리 정부가 건설과 원전 등 다른 산업의 중동시장 확대를 위해 항공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항공산업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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