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9. 5. 1. 선고 2018누23893 최초요양급여승인결정취소

조애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대)
조애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시대)

1. 들어가며

지난 5월1일 사업주(원고)가 제기한 산재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의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처분의 제3자인 원고에게 소를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각하’하는 판결을 했다. 대상판결은 재해를 당한 소속 노동자에게 산재보험급여가 지급될 경우 보험가입자인 사업주가 보험료 할증 등의 불이익을 입게 되는 점을 법률상 이익으로 폭넓게 인정하던 종래 대법원 판례 논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이하에서는 그 이유와 대상판결이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사건 개요 및 대상판결의 내용

원고는 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참가인은 원고 소속 노동자로 1인 1차제의 택시를 운행하던 중 2017년 3월9일 만연히 차로를 벗어나 인도에 설치된 가로등을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킨 후 ‘전대뇌교통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 출혈, 뇌실 내 출혈’ 진단을 받고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최초 요양신청을 했다. 피고는 참가인의 업무상과로와 스트레스, 사고로 인한 일시적 혈압상승을 상병 발병 또는 악화의 원인으로 인정해 산재승인 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참가인의 상병은 원인불명의 개인적 위험인자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승인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원심은 원고의 산재보험료 할증 등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적격이 있음을 전제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으나, 원고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참가인은 항소심에서 최초로 본안전 항변을 통해 원고에게 소를 제기할 법률상 이익(원고적격)이 없음을 강조했다. 올해 1월 시행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안 조항 중 17조3항(개별실적요율의 적용을 위한 보험수지율의 산정)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1항2호에 따른 ‘업무상질병’ 승인으로 지급 결정된 보험급여액은 사업장의 보험수지율 산정을 위한 보험급여 합산액에서 제외되므로 참가인의 산재승인 여부가 원고 회사의 보험료 부담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피고는 참가인의 항변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원고 회사의 2019년 ‘산재보험료율 결정통지서(개별실적요율)’와 ‘사업장별·지사별 보험급여 지급내역’을 각 제출했다.

원고는 개별실적요율 변동에 따른 산재보험료 할증이 없음을 확인하고 원심에서의 산재보험료 할증 주장을 철회했으나, 보험료 부담 범위에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보험급여로 전보되지 않는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점, 원고 사업장이 재해발생 사업장으로 공표되는 등 근로감독행정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여전히 법률상 이익 침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른바 경원자(행정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처분을 다투는 것) 간 소송에서 ‘법률상 이익’이란 “당해 처분의 근거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공익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이 생기는 경우나 사실적·경제적·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누14230 판결, 대법원 2006. 3. 16. 선고 2006두330 전원합의체 판결 등)는 판례 법리를 전제한 후 원고의 민사상 손배 책임 부담 여부는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 법리에 의해 독자적으로 결정될 문제이므로 참가인의 산재승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참가인에 대한 산재승인으로 행정청의 근로감독이 강화될 가능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원고가 행정청의 관리·감독 강화라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불이익 주장은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침해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종래 법원은 재해를 당한 소속 노동자에 대한 기준보험연도부터 과거 3년간의 보험급여총액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험수지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원고의 개별요율과 그 부담하는 보험료액이 상승하는 점, 이러한 보험급여액 변동에 따른 보험료액 상승위험은 기준보험연도 한 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연도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보험가입자가 소속 피재 노동자의 요양승인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하면서 원고 적격을 인정해 왔으며, 산재승인취소 소송에 있어서 다수 하급심 판결이 이 판례 논지를 따른 바 있다(대법원 1986. 5. 27. 선고 85누879 판결).

개별실적요율이란 재해방지 노력을 기울인 사업주와 그렇지 않은 사업주 간 형평성 유지를 위해 당해 사업의 보험료에 대한 보험급여액 비율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로서 그 도입 취지는 타당했던 반면 사업주가 보험료 할증을 피하기 위해 피재 노동자의 질병성 산재신청을 기피하거나 사업장 위험요인을 축소·은폐하는 등의 부작용이 드러남에 따라 제도개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업무상질병’ 승인으로 지급 결정된 보험급여액은 사업장의 보험수지율 산정을 위한 보험급여합산액에서 제외하기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이 개정됐고, 올해 1월1일 시행됐다.

대상판결에서는 항소심 진행 중 원고가 스스로 보험료 할증 주장을 철회했기 때문에 개별실적요율 적용을 받는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할증과 법률상 이익 침해의 상관관계가 판결이유에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 판례의 논지를 반대해석하면 개별실적요율의 변동이 없는 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의 법률상 이익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한편 업종요율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률상 이익 침해 주장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박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업종요율은 전 업종별로 위험의 경중을 따져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일종의 통계적 요율을 의미하므로, 특정 사업장 소속 피재 노동자에게 지급된 산재보험급여가 업종요율의 할증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기술적으로도 입증이 어렵다. 특히 업종요율은 재해예방 및 피재 노동자의 복지증진에 드는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성격도 가지므로 업종요율 변동이야말로 공익보호의 결과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반사적 이해관계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은 종래 대법원 판례 논지의 반대해석을 넘어 보험료 할증을 제외한 사업주의 불이익 주장에 대해 설령 그러한 불이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의 침해로 보기 어렵고 단순한 반사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사업주에 의한 무차별적 산재승인취소 소송 제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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