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영남대의료원측의 노조탈퇴 종용으로 하루에 100~200장 정도의 노조 탈퇴서가 들어왔어요. 이 중 해고자들이 있는 부서에서 탈퇴서가 가장 먼저 왔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김지영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사무장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2006년 파업을 이유로 해고당한 뒤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조합원들의 탈퇴서를 받았을 때를 얘기하면서 당시를 떠올렸을 터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과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지난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조컨설팅의 원조 노조파괴 사업장 영남대의료원 국회 증언대회’를 열었다. 의료원에서 해고된 적이 있는 김지영 사무장과 김진경 영남대의료원지부장이 당시 상황을 알렸다. 박문진 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 지부 부지부장이 28일 현재 28일째 70미터 높이 병원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의료원 노사갈등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자들은 “2006년 의료원이 창조컨설팅과 계약하고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해 노조가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13년 된 노사갈등, 3일 파업 뒤 노조 무력화

"영남대의료원지부 파업은 불법이므로 이에 동참해 업무장소에서 무단이탈하고, 본관 1층 로비를 무단점거하는 행위 등은 업무방해 및 직장질서를 문란케 함은 물론 본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다. 위법행위에 대해 제반 규정 및 법률에 따라 의법조치 할 수밖에 없다." 2006년 8월 지부가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뒤 하루 만에 의료원측이 조합원 가정으로 발송한 업무복귀 명령서다.

지부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2006년 8월 '조정신청 반려 행정지도'를 내린 이후 파업에 들어갔는데 의료원은 3일간의 파업을 비롯해 집회나 선전전·단체복 입기 같은 노조활동까지 불법으로 몰았다. 김진경 지부장은 “대법원은 2001년 이후 노동위원회 행정지도 뒤 파업은 합법이라고 판결하고 있지만 사측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비판했다.

김진경 지부장은 “당시 의사를 포함해 남성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로비 농성장을 철거했다”며 “대다수 간부가 여성이었음에도 어둠 속에 나타나 조합원을 끌어내리기도 했다. 여성 간부들이 모욕감과 공포에 시달렸다”고 했다. 의료원은 노조간부를 대상으로 5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통장을 가압류했다.

파업 이후엔 파업 참가자를 징계·해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의료원은 28명을 징계하고 그중 10명을 해고했다. 김 지부장은 “사측은 본보기로 징계를 했고 실제 현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사측의 노조탈퇴 종용까지 더해져 2006년 950명이었던 조합원이 이듬해부터 1년6개월 동안 850명가량 줄어 현재는 70여명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2010년 부당해고 패소 판결 한계 뚜렷”

정재수 노조 정책실장은 해고자 복직을 촉구했다. 의료원이 복직 불가 근거로 대는 해고자 3명의 해고를 정당하다고 본 2010년 대법원 판결도 비판했다. 정재수 실장은 “의료원측은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의료원의 해고와 노조파괴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2012년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에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기 이전의 판결로 한계가 명확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은수미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창조컨설팅의 내부문건 중 ‘주요 노사관계컨설팅 수행내용’에는 ‘영남대의료원에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응 등을 지원한 결과 조합원수가 감소됐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나순자 위원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 최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서부지청이 노사 양측에 사적조정을 하자고 했지만 의료원은 조건부 수용 얘기를 하고 있다”며 “조정위원 선정에만 3주가 걸릴 텐데,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 농성자들이 웃으면서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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