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을 부리는 취객과 언쟁 중 뇌출혈이 발생해 숨진 경찰의 죽음이 순직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뇌심혈관계질환 사망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최초 사례다.

24일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에 따르면 서울고법 6행정부(부장판사 박형남)는 이날 차아무개(사망당시 41세) 경사의 죽음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순직으로 봤다.

고인은 2009년 5월29일 경찰에 임용돼 지구대 등에서 근무했다. 2015년 4월5일 야간근무를 할 때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취객은 고인에게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과정에서 쓰러진 고인은 이틀 뒤인 4월7일 숨졌다.

유가족은 국가유공자법에서 정한 순직군경이라는 것을 인정해 달라며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다. 보훈처가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 처분을 하자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전국 1만5천여명의 경찰관들이 국가유공자로 결정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유공자로 보지 않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랐다. 서울고법은 현장출동과 취객과의 언쟁이 위험직무에 해당하고, 이런 직무수행으로 인한 급격한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서 국가유공자법상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담당한 손익찬 변호사는 "위험직무수행 과정에서 외상을 입어 사망한 것이 아니라 출동 상황에서 급격하게 스트레스를 받아 뇌출혈로 사망한 경찰관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정부는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의 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자녀 한 명과 배우자를 유가족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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