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1억원이 넘는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철회와 사측의 노조파괴 행위 근로감독을 요구하며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조합원 150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세탁 업무는 '원청 항공사(대한항공)-조업사(한국공항)-도급업체(이케이맨파워)'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된다.

이케이맨파워 노동자들은 2017년 4월 지부를 만들었다. 회사가 기존 수당을 삭감해 기본급을 맞추는 식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하자 그해 12월31일부터 이듬해 1월11일까지 12일간 파업을 했다. 이어 2018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 복수노조가 설립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지부는 "사측이 교섭대표노조인 지부를 배제하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해 2019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원청인 한국공항이 노조탄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부에 따르면 5월께 원청인 한국공항 이사가 조합원이 혼자 일하는 공간에 와서 "한국노총으로 (대세가) 넘어갔다" 혹은 "니가 넘어오면 다른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대거 넘어올 거다"는 식으로 지부 탈퇴를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국공항이 작성한 '2018년 4분기·2019년 1분기 여객사업부 협력사협의회' 회의자료에 '노동조합 관리 안정화 지속 추진'을 언급한 부분이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수를 비교하는 내용과 함께 "현재 노동조합별 분위기는 민노는 DOWN, 한노는 UP 기류임"이라고 적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주노총 간부에 대한 손배소송 가압류 결정 상황도 보고됐다.

노조 관계자는 "탈퇴 회유뿐만 아니라 원청 관리자가 조합원들에게 가한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을 한 증거를 모아 뒀다"며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직장내 괴롭힘 금지(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이케이맨파워가 간부 1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노조파괴 일환으로 판단했다. 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휴게시간 준수를 요구하며 간부들이 부분파업을 했다. 이케이맨파워는 이를 문제 삼아 1차 5천2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6월에는 6천400만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지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현장에서는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며 손해배상 철회와 노조파괴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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