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배달대행업 시장은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다. 기술진보와 맞물려 신산업으로 불리며 주목받는다. 기회를 잡으려는 자본이 몰려든다. 시장 확장세만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돈을 향한 경쟁이다. 밑바닥에는 노동자들이 있다. 고용은 불안하고 사고는 가깝다. 법은 사각지대를 메우기에는 너무나 구닥다리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6월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급증하는 생활물류 수요에 대응해 법·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가칭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도 들어 있다. 노동자들은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들의 제안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직이다.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물론 사회보장 관련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노조법과 사회보장 관련 제도는 정부의 노력으로 일부 적용되고 있으나 사용자가 회피하는 바람에 실제 적용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중간 하청단계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정이 미흡하다. 때문에 원청의 책임회피가 만연하고 대리점(집배점·영업소)과 노예계약을 맺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사들의 저단가 경쟁, 화주들의 경쟁에 끼여 수입이 하락하고 노동강도만 증가하고 있다.

작업환경은 열악하다. 화장실조차 없고 한파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대표적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으로 고통받고 있고, 같은 물건을 배송하고 한 대리점에 소속돼 있어도 수수료 차이가 발생한다. 사업주가 각종 페널티를 부과하고, 상시적 체불과 지연입금을 빈번하게 일으켜도 이를 규제할 수가 없다. 심지어 입사 과정에 빈번히 발생하는 차량 관련 취업사기는 구직광고를 통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택배노동자는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휴식·안전을 보장받고 고용이 보장돼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제정돼 택배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택배산업 측면에서도, 고객(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사용자 입장에서도 생활물류서비스법이 필요하다. 택배는 일반 화물과 달리 고객의 손에 직접 물건을 전한다. 하지만 시간당 30개 이상 배송해야 하는 상황에서 질 좋은 고객서비스는 요원하다. 택배사들의 저단가 영업으로 인한 ‘영업이익 악화→노동자 수수료 하락→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노동강도 증가→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택배산업이 다른 산업과 연계해 유통의 기간산업 같은 역할을 하며 날로 커지고 있다. 사회 공익성도 증대된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에 시장이 집중돼 있어 산업부지 문제, 시설운영 문제, 경유차량 문제 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부담을 민간에게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택배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질서를 잡을 내용이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담기길 기대한다.

택배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거는 택배노동자의 기대는 크다. 이를 통해 고객서비스가 증진되고 산업 주체들이 상생하는 계기가 되길, 특히 일하는 사람이 자부심을 갖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건설·택시·화물 등 다른 산업 관련법 사례를 보면 노동자들 처우를 다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다.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때 그 산업의 발전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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