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21 수 08:00
상단여백
HOME 피플ㆍ라이프 인터뷰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사회적 대화 참여하려면 그만한 각오 있어야”최저임금 참사, 빈약한 소득주도 성장정책 부작용 … "사회적 대화 정상화로 해법 찾자”
▲ 정기훈 기자

노동존중 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공식사과가 나왔다. 최저임금뿐만 아니다.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대화는 멈춰 선 지 오래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만난 김주영(58·사진)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하려면 그만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갈등을 딛고 전진하려면 '내 것을 내줄 수 있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최근 일본을 다녀왔다. 리키오 코즈 일본노총(렌고) 위원장과 비공개 회담을 갖고 한일 무역문제가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일본이 보복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무역갈등이 본격화했다. 우리는 수출중심 국가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기 때문에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노동의 문제다. 렌고측에 '국가 간 불편한 부분이 있지만 노동자가 나서 보자'고 몇 차례 메일을 보냈다. 평상시 같으면 바로 답이 오는데 국가적 문제, 그것도 첨예한 갈등 문제다 보니 쉬이 답이 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무역마찰이 장기적으로 지속됐을 때 추가 리스트를 공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걱정이 됐다. 한국노총 조합원 80%가 중소기업 노동자다. 현장에서는 제조업과 관광산업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대기업은 견딘다 해도 그 피해가 2차, 3차 협력업체로 전가되고 결국 노동자가 해고 위험에 닥칠 수 있다. 렌고도 이런 지점에 공감했다. 무역마찰은 결국 일본 노동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만났다. 일본은 국가가 하는 일에 국민이 따르는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코즈 위원장이 큰 용기를 냈다. 한일 무역문제가 양국 노동자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렌고는 일본 경제산업성에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2.87%)로 결정됐다. 노동자위원들이 퇴장하지 않고 표결한 결과여서 충격이 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지난 2년은 최저임금과 싸운 시간이었다. 기승전'최저임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노동소득이 증대됐다는 보고도 있지만 지불주체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보니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소득을 어떻게 늘려 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프랜차이즈 비용 등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 참사로 이어졌다.

올해 협약임금인상률이 4.1%로 전망되는데 최저임금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2.87%로 결정됐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한 수치다. 한국노총은 이의신청을 하고, 노동자위원 5명의 사퇴 기자회견도 했다. 그런데 내년은 어쩌나. 또 이런 일이 반복될 텐데.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내 것만 고수하면 협상 불가능
걸림돌 된다고 대화 테이블 걷어차서야”


-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인데.
"식물도 아니고 연체동물도 아니고 휴면상태도 아니다. 답답하다."

- 경사노위 노동계 계층별대표 3인이 본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다. 경사노위가 이들을 뺀 6인 대표자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경사노위를 디자인한 입장에서 어떻게 보고 있나.
"유감스럽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 우리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로 빌미를 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 내용이 아쉽다.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회적 합의도 못한다면 사회적 대화는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4당 원내대표와 대통령이 탄력근로제 확대 처리에 합의한 상황이었다. 결말이 어찌 될지 뻔히 보이는데 국회에 맡겨 놓는 게 과연 최상의 방법인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어떻게 확대됐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 문제를 대화로 풀어 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2·19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가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유럽연합(EU) 지침 수준은 된다고 자부한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려면 그만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어느 거래에서, 어떤 협상에서 내 것만 주장하고 내 것만 관철시킬 수 있단 말인가. 뭘 취하고 뭘 내줄 것이냐, 그것이 등가가 된다면 합의할 수밖에 없는, 리더로서의 판단이 담겨 있는 합의다. 부족한 부분은 채워 가면 된다. 이것이 걸림돌이 된다고 대화 테이블을 걷어차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대화의 장이 열렸는데 참여하지 않고 무슨 의견을 말한단 말인가."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 훼손 안 돼
근기법 개악하면 사회적 대화 중단"


- 오랜만에 열린 국회 상황이 좋지 않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노사정 합의를 넘어서는 노동유연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대화와 합의의 의미가 없어진다. 과거 사회적 대화가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가. 합의가 안 된 내용을 국회가 발의해 처리하거나, 반대로 합의 내용을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이번에도 노사정 합의를 무시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악한다면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고 투쟁에 나설 것이다."

- 민주노총이 지난 18일 하루 총파업을 했다. 최저임금 참사나 노동시간 유연화에 맞서 양대 노총이 공조할 계획은 없나.
"우리가 공조를 깬 적이 없다. 가만히 있다가 뺨을 맞았을 뿐이다. 노동계 동지인데, 상대방을 1960~70년대식 사고방식으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가운데 ILO 100주년 총회가 열렸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 미비준 ILO 기본협약(4개) 중 3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정치하는 분들은 과거를 잘 잊는다. 우리가 ILO에 가입했을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을 때,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을 때 약속한 내용이다. 진작에 지켰어야 할 약속이다. 전망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자꾸 국회 동의를 빌미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사용자 대항권을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제출하겠다는 ILO 협약 비준안에 대해서도 자꾸 조건을 붙이고 있다. 국회에서 갑론을박하다가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 정기훈 기자

"200만 조직화는 미조직 노동자 지키기 위한 목표
씨 뿌린 단계, 준비 과정 충실하면 수확시기 올 것"


- 최근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숙원이지만 당면 현안에 밀려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ILO 기본협약 비준이 잘됐다면 법 개정이 이뤄져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ILO는 노조 전임자임금을 노사 자율에 맡기라고 한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노사 자율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타임오프는 노조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생명줄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해결할 시간이 있으니 한번 지켜봐 달라.”

- 한국노총 200만 조직화 사업이 2017년과 2018년만큼 속도가 붙지 않는 것 같다. 기존 기업별노조 중심의 조직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닌지.
"많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이라는 우산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 200만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을 지키자는 취지다.

조직화 성과가 단시간에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한국노총이 비정규직기금을 모으고 인력을 배치한 지, 그러니까 인적·물적 노력을 투입한 지 이제 2년이 됐다. 현장에 씨를 뿌린 단계다. 준비 과정을 충실히 밟는다면 곧 수확의 시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별노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법체계도 산별교섭을 활성화하도록 바꿔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 우리 스스로라도 산별노조로 전환해 노조 우산 아래로 들어오지 못한 이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임기가 5개월여 남았다. 주력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사회적 대화 불씨를 살리고 싶다. 또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시작한 을들의 연대를 활성화하고 싶다. 제로페이를 써 달라. 소상공인도 같이 웃을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200만 조직화 사업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 갈 과제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미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