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산업연맹이 지난달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의실과 화장실 문제를 포함해 여성 건설노동자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주제로 기자회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참담합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12개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지난 4월22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기 전에 한 말이다.

백화점과 면세점 업체들이 판매노동자들에게 고객전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18일에는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현장에 여성 전용 화장실과 탈의실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가 17일 지침을 통해 "고객전용 화장실 사용금지 조치와 남녀를 구분하지 않은 화장실·탈의실은 관련 법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작업장과 화장실 거리 가급적 100미터 이내로”

노동부는 이날 '사업장 세면·목욕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 지침'을 지방노동관서에 내려보냈다. 노동부는 지침에 환경미화 업무를 하는 사업장이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세면·목욕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근거한 조치다.

공사예정금액이 1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에는 화장실과 탈의실을 설치해야 한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사항이다. 위반한 사용자에게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노동부는 또 건설근로자법 시행규칙에 따라 건설현장 화장실·탈의실은 남녀가 구분해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건설현장을 포함한 야외 작업장 화장실은 작업장에서 300미터를 넘으면 안 된다. 노동부는 지침에서 “작업장과 화장실까지 거리는 가급적 100미터를 넘지 않도록 하라”고 밝혔다.

사업주들은 세면·목욕시설과 화장실을 설치할 때 최대 2천만원까지 정부 지원을 받거나 최대 10억원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 공제혜택도 있다.

“백화점 화장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노동부는 이와 함께 사회적 논란이 됐던 고객전용 화장실을 노동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노동부는 “면세점·백화점 등 판매시설에서 화장실이 부족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어 직원들의 화장실 사용이 불편한 경우에는 고객 편의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고객전용 화장실을 지정해 직원들의 사용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침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공중화장실법)과 시행령에 대한 행정안전부 행정해석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공중화장실법에 따라 설치된 공중화장실을 개방하지 않으면 어떤 제재조치를 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행안부는 “공중화장실법에 따라 제공하는 화장실은 누구나 이용 가능해야 한다”고 답했다.

면세점·백화점에 있는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고, 고객전용이라는 이유로 노동자 사용을 금지하면 공중화장실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다만 벌칙규정은 없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민간재해예방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주 스스로 세면·목욕시설과 화장실 설치·운영 실태를 점검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사업주는 노동자 인격을 존중·보호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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