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노총 추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5명이 모두 사퇴했다. 한국노총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없이 오로지 경제상황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만 주장됐다"며 "근로자 생계비·유사근로자 임금·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 같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 밝힌 최저임금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법 위배한 최저임금위 공멸할 것"

한국노총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 사퇴 입장과 함께 내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 계획을 밝혔다. 이성경 사무총장·정문주 정책본부장·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김현중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 위원장·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등 5명은 이날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에서 사퇴했다.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4명은 지난 15일 사의를 밝혔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1년여 만에 또다시 노동자위원 9명 전원이 사퇴한 것이다.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인 최저임금위에 회의감이 컸지만 사회양극화 해결 희망도 있었기에 회의에 참여했다"고 밝힌 이성경 사무총장은 "정부가 나서 최저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고 최저임금법이 규정하는 결정기준이 명확한 근거 없이 무력화되는 지금의 최저임금위 구조에서 더 이상 노동자위원으로서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김만재 위원장은 공익위원들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최저임금법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위는 공멸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거시경제지표 밑도는 역대 최악의 최저임금"

한국노총은 역대 최저임금과 경제지표 등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2.87%다.

문제는 1998년·2009년 경제위기와 지금의 경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98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5%, 물가상승률은 7.5%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와 비슷한 2.7%로 결정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제성장률이 0.8%, 물가상승률은 2.8%, 최저임금 인상률은 2.75%였다. 반면 올해는 경제성장률 2.5%, 물가상승률 1.1%로 전망된다. 올해와 비슷한 경제 상황은 2015년(경제성장률 2.8%·물가상승률 0.7%), 2016년(경제성장률 2.9%·물가상승률 1%)이다. 당시 최저임금인상률은 7.1%에서 8.1% 수준이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이 아닌 '사용자 지불능력'을 고려하더라도 내년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다. 올해 협약임금인상률은 4.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조직노동자 임금인상률에 훨씬 못 미친다는 말이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위가 6월에 제출한 임금실태 분석보고서를 보면 2018년 임금은 최저임금 인상효과에 기인해 4.2%에서 12%까지 인상됐고 이는 최근 5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라며 "지불능력이 없는데 임금이 상승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지불능력은 충분하지만 주고 싶지 않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한국노총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 최저임금안을 고시하는 대로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노사단체 대표가 최저임금안이 고시된 이후 1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이 이의제기를 수용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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