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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대우조선 설비·인력 축소 뒤 결합 가능성 … 조선산업 경쟁력 약화"기업결합심사 문제점 진단 전문가 집담회 … "성급한 매각 중단, 중장기 조선업 정책 모색" 요구
▲ 배혜정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조건부 승인의 전제로는 설비와 인력축소가 필연적이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에 따른 설비·인력 축소가 10년 불황 끝에 이제야 조금씩 회복하는 한국 조선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 조선산업 건조능력 축소는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과 선두다툼 중인 중국에 건조경험 축적 기회만 제공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재벌특혜 대우조선 매각저지 전국대책위원회와 경실련 공동주최로 15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문제점 진단 전문가 집담회'에서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조건부 승인 유력"

이달 1일 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가운데 승인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이들의 주력 선종 중 대형유조선과 대형LNG 운반선의 수주잔량이 전 세계 수주잔량의 50%를 넘어서기 때문에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후 선박수주잔량 시장점유율은 20.9%에 불과하지만 상품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만DWT(재화 중량톤수) 이상 ULCC(극초대형유조선)·VLCC(대형 유조선) 시장점유율은 57.3%다. LNG운반선도 합병 이후 시장의 61.5%를 점유한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독과점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기업합병에 대한 각 국가별 공정거래위원회나 관련 기구들에서 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대체로 낮다"고 내다봤다. 굳이 타국 기업 간 합병을 불허했다가 자국 기업 간 합병에서 보복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대형유조선과 대형 LNG운반선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만큼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기업결합으로 인해 특정제품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을 웃돌면 조건부 승인을 하는데, 조건은 설비·자산 매각"이라며 "이번 기업결합심사에서도 EU가 설비축소나 인원감축을 요구할 게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도크 폐쇄 등 설비·인력 축소, 경쟁력 약화로 귀결"

박 연구원은 "가장 손쉬운 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22개 도크 일부를 매각하거나 폐쇄하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없다던 현대중공업 설명과는 달리 내년에 도크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할 게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친환경 선박과 무인·자율운항 선박 수요 증가로 LNG 운반선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되레 주력 선종 생산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한국 조선산업 건조능력 축소는 중국 조선산업 건조 경험 축적기회만 제공할 뿐"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성급한 매각을 중단하고, 노동자·사용자와 함께 제대로 된 조선업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저자인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정부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양 교수는 "산업은행은 두 기업 빅딜을 조선업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조선업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중장기적 전망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두 기업 인수합병으로 기자재 생태계가 대단히 우려된다"며 "조선소가 문을 닫는 순간에도 영위해야 할 미래산업이 조선해양기자재인데, 기자재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발전시킬지 대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특히 "거제가 흔들리면 부산·울산·경남이 흔들리고, 울산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 위기가 오는 만큼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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