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단속을 받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가 책임자를 징계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8월22일 경기도 김포 건설현장에서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다 건물에서 추락했다. 그는 뇌사 상태로 18일간 지내다 9월8일 끝내 사망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피해노동자 아버지가 한국에 입국해 피해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한국인 4명이 새 삶을 얻었다.

인권위는 올해 1월 직권조사 뒤 법무부 장관에게 △사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 징계 △인명사고 위험 예상시 단속 중지 △단속 과정 영상녹화 의무화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단속 중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데에 국가 책임이 있다”며 “단속반원들은 사건현장 구조, 제보 내용을 통해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구체적인 안전 확보방안을 강구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 중 관계자 징계와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감독체계 마련 등 일부 사항을 ‘불수용한다’는 의사를 회신했다. 법무부는 “책임자 징계조치는 관련 국가배상 소송이 확정된 뒤 판결 결과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치할 것”이라며 “단속 과정에서 영상녹화 의무화는 초상권 침해 논란으로 전면도입이 어렵고,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감독체계 마련은 입법정책상 문제”라고 했다.

다만 법무부는 단속계획서에 ‘안전확보 방안 기재란’을 신설하는 등 안전사고 대응 규정을 명확히 하고, 단속반원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일부 권고 ‘수용’ 입장을 회신했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일부 권고를 수용하기는 했지만 사고 발생 원인이 되는 제도의 근본적 개선은 회피한 채 일선 단속직원 교육 위주의 조치만 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 인권보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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