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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원 옥상 위 노동자들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30도를 넘는 여름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도 올라온다. 영남대의료원 옥상에 올라가서 농성을 하고 있는 해고자,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 두 사람의 안위가 걱정이다. 두 해고노동자를 만난 것은 2012년이었다. 그때 두 사람은 상경해서 영남대의료원이 소속된 영남학원재단의 실질적 사용자인 박근혜씨에게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3천배를 하고 있었다. 그 3천배는 본인들의 복직만이 아니라 쌍용자동차 해고자 등 다른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복직 기원도 담겨 있었다. 까맣게 야윈 모습으로 57일간 매일 3천배를 하던 그 엄숙함을 잊기 어렵다. 그때 함께했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하나둘씩 현장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들은 간호사 가운을 입지 못했다.

이 해고는 노조파괴로 유명한 창조컨설팅과 영남대의료원의 합작품이다. 창조컨설팅은 이후 유성기업 노조파괴 컨설팅을 하기 위한 제안서에서 영남대의료원 노조 강제탈퇴 등 노조파괴 사례를 자신들의 실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만큼 영남대의료원과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은 치밀하고 집요했다. 2006년 영남대의료원은 단체교섭을 창조컨설팅 대표 심종두에게 위임한다. 교섭을 파행으로 이끌고 팀제를 도입하는 등 개악안을 냈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자, 지방노동위원회 행정지도를 빌미 삼아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간다. 구사대를 동원해 농성장을 철거하고, 노동조합간부들에 대한 징계와 해고를 감행한다. 무려 56억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해 조합비만이 아니라 간부 개인통장을 압류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노조탈퇴 압박이 이어졌다. 부서 이동권을 활용해 조합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도록 종용했다. 노조 탈퇴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퇴근을 못하게 막고, 심지어 교수들을 활용해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노조를 탈퇴하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2007년 950명이던 조합원은 3년 만에 70명으로 줄었다. 남은 조합원들과 해고자들은 이 지독한 탄압을 견디며 노조를 지켜 왔다. 영남대의료원의 실질적 사용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고, 노조파괴 주범이었던 창조컨설팅의 심종두는 노무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창조컨설팅의 설립인가는 취소됐고, 대표인 심종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는 아직 노조탄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해고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상에서 70미터 높이의 옥상이라고 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그늘막 지지대가 부러질 위험이 있어 밤새 붙들고 있었다 한다. 텐트 비닐은 찢겨 비 피할 곳조차 없으며 난간은 몹시 위험하다. 많은 이들이 맘을 졸이고 있으나 영남대의료원은 이런 노동자들의 절실한 투쟁마저도 ‘불법’으로 몰아붙인다. 영남대의료원은 7월4일 올린 ‘교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대법원 판결로 최종 확정된 해고자에 대해 복직을 허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2006년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해고자들의 옥상 농성을 불법 점유라고 규정한다. 창조컨설팅과 노조파괴 행위를 했던 자신들의 기획 탄압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없다. 병원 구성원들의 삶을 파괴하고 자존감을 훼손했던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사과 한 번 한 적 없다.

영남대의료원 해고자의 복직을 간절히 기원한다. 그러나 단지 해고자 복직으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노조가 있기에 병원이 공공성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고, 노조가 있기 때문에 병원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조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고, 인권을 지키는 보루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파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컨설팅업체와 결탁해 구성원들을 갈라치고 감시하고 해고하고 모욕한 영남대의료원 사측이 구성원들에게 사과하고, 노조를 인정해야 진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해고노동자들도 본인들의 복직만이 아니라, 노조 회복을 중요한 요구로 내걸었다.

영남대의료원 두 해고자는 농성 8일차에 글을 올렸다. “고공농성의 용기와 결단으로 우리 명예를, 힘을, 자존심을 되찾고자 했습니다”라고 썼다. “한숨과 눈물은 몇 개의 산을 이루었고, 밟힌 자존심의 한은 깊은 땅속으로 가라앉아 그 땅은 풀도 나지 않았습니다”라고도 했다. 이 글을 읽으니 13년간의 고통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담대하고 유쾌하게, 그리고 될 때까지, 고공에서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두 노동자의 글에서 온몸을 바쳐 3천배를 했던 그 의지를 다시 읽는다. 다른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고통도 함께 껴안고자 했던 두 해고자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이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기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연대의 마음을 보태 주시기를 바란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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