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사분규가 대부분 장기화 또는 격렬해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사용자측이 비정규직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측은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재계약거부, 사업장 폐쇄 등의 방법으로 노조를 와해시키거나 불성실교섭으로 임해 노조원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 노조 만들면 해고 = S물류센터의 비정규직 파견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의 직원 지모씨(35)는 지난해 3월 동료 35명과 노조를 만들었다.그러자 회사측은 지난해 11월 지씨 등 노조지도부 4명을 해고했다.

S물류센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자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의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지씨 등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원직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S물류센터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므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입장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김모씨(41) 등 R가스렌지 제조업체의 계약직 AS사원들은 지난달15일 회사의 재계약 조건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곧바로 지방노동위원회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가 ‘보증인 확대와 사고시 피고용인의 무한책임’ 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난달 30일 노조에 가입한 63명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 재계약 불가방침을 확정했다. 회사측은 “PL법(제조물책임법)시행을앞두고 계약조건을 변경했을 뿐”이라면서 “63명은 이미 재계약 거부가 확정됐기 때문에 복직시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홍익매점 비정규직 노조 역시 설립 신고필증을 받은 다음날인 지난 3월3일 위원장인 전평호씨(48)가 해고됐다. 쉐라톤워커힐 호텔명월관 직원들 역시 지난 6월말 비정규직 노조 설립 직후 위원장조형수씨(30)등 10명이 계약해지 됐다.

◇ 불성실교섭 = 지난해 12월 ‘7000여명의 계약직 부당해고 철회와정규직과의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는 19일 현재 221일이 넘는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월 한강철교 고공 시위,2월의 노숙 투쟁에 이어 3월 서울 목동 전화국을 점거하는 등 극렬투쟁을 벌였다. 이들은4월부터 경기 성남 한국통신 본사 앞에서 천막투쟁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위원장 등 7명이 구속됐다.

그나마 한국통신이 협상테이블을 마련한 것은 파업 5개월째인 지난 4월이었다.그것도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에, 회사가경총에 각각 교섭권을 위임한 형태였다.오는 25일 본교섭을 앞둔 경총은 “회사와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10일 파업에 들어간 전국건설운송노조 역시 노사협상이실종된 상태다.파업에 들어간 43개 업체 중 S레미콘과 K레미콘을 제외한 41개 업체가 19일 현재 101일째 팽팽한 노사대립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은 “레미콘 운전기사는 지금까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왔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근로자로 인정할수 없다”는 입장이다.이에 대해 건설운송노조측은 “합법적인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았고 노동부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는데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것은 결국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원 50명은 지난 16일부터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같은 사용자측의 불성실교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관계법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노조가 합법적으로 설립되더라도 사측이 ‘재계약’ 문제 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정규직 노조의 합법화와 사용자의 불성실교섭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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