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대량생산, 저비용, 고효율은 자본의 말이었다. 오랜 주문이었다. 대량해고, 고비용, 저효율 따위는 노동자를 향한 말이었다. 여전한 저주다. 해고는 죽음이라고 언젠가 잘린 사람들이 말했는데, 그건 연이은 죽음 끝에 뻔한 말이 되고 말았다. 낡은 노조 조끼엔 향냄새가 뱄다. 일터로 돌아가는 데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고 1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 붉은 배경 앞에서 읊었다. 노동자유계약법을 공언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2019년의 노동자가 붉은색 머리띠 두르고 거리에서 외친다. 노조할 권리 보장을 구호로 삼는다. 과로사, 추락사한 동료의 영정 앞에서 운다. 구호 뒤에 사람이 있다. 해고된 비정규 노동자가 손 뻗어 밀고 행진한다. 찌글찌글 현수막이 운다. 지글지글 아지랑이 오르는 고속도로 큰 문 위에 잘린 사람들이 올라 버틴다. 목이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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