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22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촉발돼 김용균법이라고 불렸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는 정작 고 김용균씨와 같이 위험의 외주화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예방조치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없다는 비판이 들리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산재사망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감히 추정해 보건대 사업주가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에 들이는 비용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이리라. 2017년 5월1일 노동절 오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6명의 목숨을 빼앗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의 경우 최근 형사 판결이 있었는데 말단 직원만 금고나 벌금 등 유죄를 선고받았고, 금고형을 받은 직원도 집행유예됐으며, 하청업체 대표·삼성중공업 중간관리자·조선소장·삼성중공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6명의 노동자가 성실하게 일하다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고, 노동자 6명의 유가족들은 졸지에 가정이 풍비박산되고 거리에 내몰리는 신세가 됐어도 우리나라 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사업주에게는 매우 관대한 것이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하고, 유가족이 눈물 흘리는 와중에도 사업주는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무한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우리나라는 1년에 2천400여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산재사망사고율 1위 국가라는 창피한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원청과 발주자 책임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해 12월, 28년 만에 개정됐고 2020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은 김용균법 취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어렵게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을 다시 원래 개정 전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노동부에 산업재해를 줄일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59조1항은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도급하려는 경우에는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화학물질 대상작업만 승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법 59조1항은 ‘안전 및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은 화학물질 대상작업 등을 포함해 대통령령으로 도급 승인 대상 작업으로 정하라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범위를 좁힌 것이다.

또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76조에는 건설기계장비에 대한 원청 책임조항이 있지만, 시행령은 적용대상을 3개 기종으로 제한해 덤프트럭·굴착기·지게차·이동식 크레인 등 건설업 사망사고의 23%를 차지하는 사고다발 장비를 제외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이고, 대통령령은 대통령이 제정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산업재해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2017년 7월5일 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도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킨 법으로 산업안전보건을 위한 국민적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때 하위법령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도록, 그래서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없도록 제대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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