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얼마 전 성희롱 예방교육 받을 때 얼핏 들은 것 같긴 한데…."

중견 섬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영미(40·가명)씨.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사실을 아냐고 묻자 "그런 법이 있냐"고 되물었다. 몇 달 전 사내 성희롱 예방교육 당시 강사에게 "앞으로는 직장에서 갑질하시면 안 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을 뿐이란다. 그는 "회사에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광고나 기사로 본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채 열흘도 안 남았는데 법 시행 여부를 모르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기업에 배포하는 등 홍보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가 시급해 보인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 취업규칙 변경·신고

7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16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기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 근기법은 직장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직위·직급·연령·근속연수 등 우위에 있는 자가 폭언·폭행·험담을 하거나, 반복적인 개인 심부름 등을 시켜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줬다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법 시행 이후 누구든 직장내 괴롭힘을 알게 됐다면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괴롭힘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가해자에게 징계·근무장소 변경 같은 조치를 해야 한다. 사용자가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은 16일 전까지 기존 취업규칙에 △금지되는 직장내 괴롭힘 행위 △예방교육 △괴롭힘 발생시 조치 △징계 조항 △재발방지 대책 등을 추가하거나, 별도의 직장내 괴롭힘 예방·대응 규정을 제정해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법 시행일 전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직장갑질119, 직장인 1천명 여론조사 했더니
10명 중 7명 "법 통과 후 괴롭힘 변화 없어"


법 시행일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사업장 안팎의 준비 정도는 미흡해 보인다. 직장갑질119가 전문여론조사기관을 통해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직장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응답자 66.6%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고, "법 시행 사실을 알고 있다"는 직장인은 33.4%에 그쳤다. "알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의 절반 이상은 언론보도에서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통과 후에도 "직장내 갑질과 괴롭힘에 변화가 없다"는 답변이 68.1%나 됐다.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인 최혜인 공인노무사는 "직장내 괴롭힘이 금지되고 누구든 직장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법의 취지를 정부가 알리고 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 노무사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법 시행 사실과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직장인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괴롭힘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호 노동부 대변인은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지방관서별로 기업 대상 간담회와 설명회, 라디오·온라인을 통한 홍보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법 시행에 앞서 취업규칙 신고 등 준비가 거의 끝났지만 중소기업의 준비가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중소기업과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울림터에서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갑질 경험·대응·금지법 인지' 조사 결과와 직장갑질 감수성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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