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 노동자들도 공휴일에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실태조사 결과까지 나왔는데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논란에 가려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300인 이상 사업장 문제 없다는데

내년 1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민간부문 노동자들도 공휴일에 유급으로 쉴 수 있다. 지난해 3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명시한 공휴일 중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에 유급을 보장하도록 했다. 최소 15일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부터,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부터, 5~29인 사업장은 2022년부터 시행한다.

공휴일에 일하면 휴일수당을 받거나 대체휴일을 보장받는다. 지금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실태조사를 마무리했음에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7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내년에 관공서 공휴일을 적용하는 곳은 300인 이상 사업장인데, 대부분 단협 등을 통해 공휴일에 쉬고 있기 때문에 제도 시행에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녹록지 않은 듯하다.

직종별 편차, 정부 지원·기업 인식 부족

노동부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2천43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간기업 공휴일 적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사 단협이나 취업규칙으로 공휴일을 유급으로 정하는 것은 사업장 규모와 상관이 없다.

2017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유급 약정휴일은 13일이다. 전체 평균 13.2일보다 적다. 오히려 △5~29인(13.2일) △30~49인(13.5일) △50~99인(14.5일) 같은 소규모 사업장이 더 많다. 노동연구원 연구팀은 “사업장별 유급 약정휴일 편차는 규모보다는 직군의 특성·업무방식, 주말이나 공휴일 근로 필요성에 따른 편차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직종이 사무관리직인 곳은 평균 약정휴일이 16.6일인 데 반해 판매서비스직이 대표직종인 곳은 8.4일밖에 되지 않았다. 단순노무직이 대표직종인 사업장은 10.1일에 그쳤다.

판매서비스직과 단순노무직이 많은 사업장은 "유급공휴일을 약정하지 않은 이유"로 업무연속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각각 59.0%와 59.7%였다. 업무 상대가 공휴일에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28.5%와 15.1%로 뒤를 이었다.

이들 사업장은 결국 인력충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사대상 기업의 대부분인 97.4%는 “관공서 공휴일을 적용해도 추가고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필요한 정부 지원에 대해 89.1%는 “없음” 또는 “모름”이라고 밝히거나 아예 답하지 않았다.

인건비에 대한 정부 지원과 기업의 인식 전환이 시급한 배경이다. 연구팀은 정부의 인건비 지원과 단협·취업규칙에 대체휴일 인정요건·휴일근로 수당지급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선버스 교훈 잊지 말아야”

정치권도 한가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 52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한 뒤 여야 의원들은 특례업종 대폭축소와 함께 공휴일 적용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근기법 부칙에 “고용노동부 장관은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2018년 12월31일까지 국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을 명시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국회는 실태조사 보고만 받았다. 제도 정착과 관련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2022년 말까지 준비하기로 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부랴부랴 추진한 것과 비교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근기법 개정 취지는 뒤로한 채 유연근로제 확대만 신경 쓰고 있다”며 “시간이 있었는데도 정부의 준비부족으로 노동시간단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선버스업종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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