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운다며 학교에 토론수업을 요구해요. 그런데 20~30명의 아이들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 봐요. 45~50분 수업 동안 한 학생에게 돌아가는 발언 기회는 2분이 채 안되죠.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수업모델과 현장이 불일치하는 거예요."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이 학교교육 현실을 설명하며 학급당 학생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17년차 교사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과 전교조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의 질 향상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현직교사·전문가·학부모는 "학령인구 감소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며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의 질 개선 기회로 삼아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 효율성 아닌 교육의 질 향상 목표로"

2018년 출생아는 32만6천명. 2017년 대비 3만명 넘게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변화다. 교육부는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학교를 통폐합하면 인센티브가 크다. 학생수가 적은 곳은 교부금을 적게 받고 통폐합하면 더 받는 형태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학교를 합쳐 일정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예산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교육의 질 개선에 주안점을 둔 정책을 시행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생수 감소를 기회로 삼아 학급당 학생수 개선 등 학교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아닌 상위권을 염두에 두고 교육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교육지표 2018’에 따르면 OECD 국가의 학급당(중학교) 학생수는 평균 22.9명으로 한국 28.4명보다 5명 적다.

하병수 양평전자과학고 교사는 "경기도 등 지역 혁신학교에서 학급당 학생수를 25명으로 정했던 이유는 학급당 학생수가 교육의 질을 결정짓기 때문"이라며 "일부 대도시의 경우 한 학급당 학생수가 35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로 20세기 교실환경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학급당 학생 15명이 적절해"

하병수 교사는 학급당 적정 학생수가 15명이라고 제시했다. 하 교사는 "한동안 학급당 30여명의 학생들을 경험하다가 최근 15명으로 축소된 학급을 맡았다"며 "학급당 적정 학생수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학기당 1회 이뤄지던 논술평가 횟수가 3회로 늘었고 토론활동 역시 2회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2013년 경기도연구원이 학급당 학생수를 25명 이하로 감축해 운영한 경기도 혁신고와 그렇지 않은 일반고 1학년생 1천349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혁신고 학생이 적극적 학습태도·공동체적 문제 해결력 등 비인지적 학업성취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학부모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나명주씨는 "교사를 줄일 게 아니라 더 늘려 시대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은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선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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