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대표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로 검찰에 고발된 태광그룹 주변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무리하게 정황증거만으로 검찰에 고발조치해 억울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의 만연한 성과주의”라는 맹비난도 서슴지 않고 행정소송 같은 전면대응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몰아준 금액이 2년반 동안 150억원에 가깝고 사익편취에 관련된 계열사가 19개다. 김치의 양이 500톤이 넘고, 가격은 시중가의 3배에 달했으며, 식품위생법 기준마저 위반했다. 이 모든 일련의 행위에서 이득을 취한 인물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다. 수많은 직원들은 오히려 세금을 더 내 가며 이 불법행위에 동원됐고, 상장회사 주주들은 '정황적' 피해자가 됐다.

이러한 명백한 근거로 공정거래위가 검찰에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고발한 것이고, 이에 관련된 19개 계열사가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관련 증거 중 단순 정황증거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내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일감 몰아주기의 중심인 오너 소유 회사의 주주구성과 거래 세금계산서가 직접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역대 재벌대기업 경영비리 수사에서 총수 결재서류와 녹취록 등이 직접 증거로 제시된 사례가 있던가? 태광그룹측이 무슨 근거로 정황증거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 정도면 모든 대기업 수사가 정황증거에 입각한 부실수사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과대망상·피해의식에 가깝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태광그룹의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가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부터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국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일감 몰아주기 사안은 공정거래위와 금융감독원에 고발돼 3년의 조사 과정을 거치고 이번에 결론이 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종결한 적이 없고, 진행 중인 사안이었음은 태광그룹측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종결 사안 운운하는 것은 정부와 감독기관에 항전하는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오너의 황제 병보석으로 사법권을 형해화했다는 지적을 받은 태광그룹이 정부·감독기관에 전면저항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행태는 적폐를 정리해 기업문화와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천명한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회의 진정성에 상처를 입히는 자해행위라고 판단된다. 정도를 외치는 와중에 새어 나오는 그룹 관계자들의 입장은 여러 가지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기보다는 반박하고 부정하는 모습이다. 태광그룹은 이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 할 것이다.

과거 불법적인 경영실태에 대한 태광그룹 책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의 모든 수사와 심판은 과거 행위가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이러한 억지주장은 정도경영의 새로운 모습보다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구태로 보일 게 자명하다. 태광그룹은 정도경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입장으로 환골탈태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공정거래위로부터 공을 이어받은 검찰은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일가의 사익편취에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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