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구미 소재 반도체 제조업체 KEC의 성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진정사건을 조속히 결론 내리라고 요구했다.

노조와 노조 KEC지회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시간을 끄는 동안 KEC 내 차별은 더 심해졌고,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은 더 커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2월 인권위에 성별을 이유로 한 승격·승진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지만, 1년5개월이 지나도록 결정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KEC 인사체계는 크게 J등급(J1·J2·J3)과 S등급(S4·S5)으로 나뉘어 있다. 입사하자마자 S등급으로 시작하는 대졸 공채직원들을 제외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입사하는 직원들은 J등급부터 시작한다. 여성은 J1, 남성은 J2로 입사한다. 여성은 아무리 근속연수가 늘어나더라도 평생 J등급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조가 지난 20년간 KEC 승급자 통계를 확인한 결과 고등학교 졸업 후 현장직으로 입사한 여성 중 S등급이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남성 직원은 평균 7~10년 근속하면 S등급으로 승급한다.

출발선이 다른 것도 억울한데, 승급 한계선까지 있으니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남녀 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다. 노조는 "같은 시기 입사한 근속 30년차 남성과 여성노동자 임금격차가 월평균 50만~8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KEC 여성노동자에게 J등급은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이며, S등급은 오를 수 없는 유리천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종희 KEC지회장은 "KEC 여성노동자들은 승진과 임금만이 아니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빼앗겼다"며 "인권위는 하루빨리 KEC 여성노동자들에게 지워진 차별 굴레를 벗겨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기자회견 뒤 노조·지회 관계자들과 만난 인권위 관계자는 "다음달 24일 차별시정소위원회에 KEC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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