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2009년 8월5일의 옥상을 조용히 감당하며 살았다. 북받치면 뛰쳐나가 소리 질렀다.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해 6월27일 세상을 등진 고 김주중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이었던 김씨는 2009년 당시 경찰특공대의 '옥상진압 트라우마'와 국가 손해배상·가압류에 따른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가 떠난 지 딱 1년이 된 27일, 그를 비롯해 서른 명의 동료를 떠나보낸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국가폭력 피해자임을 확인받은 지 10개월이 지났으나 아직도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2009년 파업 종료 3일 만에 경찰이 청구한 24억원의 손배·가압류도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청 개혁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손배·가압류는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찰 인권침해 8대 사건의 피해자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와 권고문이 나온 지 짧게는 2주(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반대), 길게는 10개월(백남기 농민 사망·쌍용차 강제진압·용산참사)이 지났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민갑룡 청장에게 "진상조사위 권고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김영덕씨는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용산4구역 철거민 김아무개씨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김영덕씨는 "10년간 얼마나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렸으면 그 순하고 착하고 효자였던 사람이 목숨을 끊었겠냐"며 "얼마나 더 죽어야 사과를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8개 단체는 "빠른 시일 안에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권고이행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피해자 의사를 무시한 채 발표하는 경찰의 '일방적인 사과'는 경계했다. 이들은 "사과의 수위·방식, 권고이행의 절차·시기, 방법을 사전에 피해자단체에 설명하고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