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사용자들이 노동자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14층에서 3차 대표단 교섭을 했다. 이날 사용자협의회는 임금 0.6% 인상안을 내놓았다. 노조는 정규직 임금 4.4%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저임금직군(무기계약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인상하라는 입장이다. 지금은 5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사는 4월3일 1차 임원급 실무모임을 갖고 교섭을 시작했다. 이달까지 19차례 교섭이 열렸다. 사용자협의회는 “정부와 국민 여론이 고임금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단체는 이날 처음으로 노조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다. 저임금직군 임금인상 요구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규직과 저임금직군 임금을 동일하게 올릴 테니 같은 총액 안에서 직군 간 차등인상 여부는 노조가 알아서 하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당초 이날 교섭결렬을 선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측 제시안이 처음 나온 데다, 예상보다 낮은 인상률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위원들이 노사가 제시한 숫자 사이에 간극이 큰 만큼 대표단을 중심으로 추가 교섭을 해서 인상률을 어느 정도 높인 뒤 쟁의절차를 밟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교섭에 앞두고 은행회관 로비에서 사용자협의회에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와 산하 지부 간부 150여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같은날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퇴와 금융위 해체를 요구했다. 금융위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요건 완화를 추진하면서 노조와 갈등하고 있다. 허권 노조 위원장이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