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기업은 손실이 나야 투자합니다. 기업이 안전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투자하지 않는 게 이익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기업은 안전관리에 노력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국민이 요구하는 안전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이 스스로 안전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재단법인 피플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연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에서 강연했다.

박 이사장은 국민의 안전요구 수준이 1인당 국민소득과 비례한다고 했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으니 국민이 요구하는 안전수준도 그에 걸맞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3만달러 수준의 요구를 "암·백혈병처럼 예기치 못한 질병에 걸리면 사람들이 질병의 원인에 의문을 갖고,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을 묻는 상황"이라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나 삼성반도체 직업병 논란이 대표적이다.

박 이사장은 "국민 요구수준은 3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한국의 안전 인프라·시스템은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안정적인 안전보건시스템을 어떻게 갖출지가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사회가 기업에 안전책임을 묻는다"

박 이사장은 "백혈병 논란으로 지난 10년 동안 삼성이 입은 손실이 1조원을 넘는다고 한다"며 "기업은 손실이 나면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해성 논란은 2007년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고 황유미씨 죽음으로 확산했다. 박 이사장은 "삼성전자는 공장 내 작업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며 "추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작업중지·이미지 타격 등 더 큰 피해가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안전보건 문제를 유발한 기업에 책임을 물으면서 나타난 변화라는 것이다. 정부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을 측정·보고하도록 하는 강제적 규제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박 이사장은 "국민 안전 요구 수준과 이미 갖춰진 사회 안전시스템 사이의 격차가 생겨 (문제를 일으킨) 특정 기업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피해자들 문제제기가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이르는 게 아니라 즉흥적인 대책을 만들어 내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8년 만에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표명했다. 박 이사장은 "고 김용균씨의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통과가 급격하게 진행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정부가 강제로 하는 안전규제와 결과에 책임을 묻는 두 가지 규제방식을 모두 강화한 상태"라며 "사업장 불만이 적지 않아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보건공단 전문성 확보하지 못하면 위기"

강연에서 그는 안전보건공단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박 이사장은 "안전보건공단이 담당할 사업이 많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불가피하게 사업·인력의 전문성이나 만족도·효과성 등 질적지표를 돌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안전보건시장에서 민간부문은 확대·성장하는데 공단이 전문성을 확대할 기회가 없는 것은 국가적 위기"라고 우려했다.

인력 확보와 공공성·공익성을 갖춘 사업 추진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그는 "2016년 휴대전화를 만들던 근로자들이 메탄올로 시력을 잃게 된 사례가 있다"며 "공장 환경을 체크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관련 정보를 5G 전송망으로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전자산업보건센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