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불만은 사용자들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새로운 형태의 고용계약을 맺도록하는 점이다. 비정규직 고용계약서에는 대부분 사용자의 일방적인 해고, 노조결성 및 쟁의행위 금지 등이 명문화돼 있다.임금, 휴가 등 근무조건도 사용자의 입맛대로 규정돼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눈물의 계약서’ 로 불린다.

또 사용자는 고용형태를 세분화해 사실상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개념정의에서 이들을 비정규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킴으로써 문제를 외면하려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평등 고용계약 실태=비정규직 고용계약에는 정리해고가 명문화돼 있다. 대기업인 S업체의 고용계약서 제6항에서 ‘어느 일방의필요가 있을 때에는 1개월전 계약해지 의사 통보로 해지 가능하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 못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또 D조선역시 사내하청업체와의 근로계약서에 ‘회사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퇴사한다’ 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용역업체인 S산업의 근로계약서에 첨부된 서약서에는 ‘1년 단위계약직으로 노조를 결성할 수 없으며 재직기간중 단체행동을 하는 경우 인사상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 는 쟁의행위 금지조항이 들어있다.국영기업도 마찬가지이다. D공사는 용역업체와의 운영용역계약서 10조에 ‘노동쟁의행위 등 유사한 해위로 손해를 입힐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한다’ 고 명시했다.

국립 S대는 시설관리업체와의 계약서에 ‘경비원은 학교측 실정에 따라 각종 긴급동원에 협조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추가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없다’ 는 조항을 담았다.L쇼핑은 파견근로자와의 계약서 10조 2항을 통해 ‘전월 만월 근무한 자에 한해 월 1회월차휴가를 줄 수 있지만 용역료 30분의 1을 삭제한다’ 고 못박았다.

파견철폐공대위 이병희 집행위원은 “사용주들의 비정규직 선호는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용주들이 법망을 피해가며 비정규직을 늘려가고 있지만 사실상의 불법 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고용계약 세분화=사용자들이 노동법 등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방법으로 고용계약을 맺다보니 비정규직의 형태가 세분화, 다양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양대노총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모두 8가지. 고용기간을 정해 채용하되 장기적 계속근로에 대한 합의가 없는 임시·계약직, 주당 30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자, 근로자파견법에 따라 업체에 고용된파견근로자, 청소·경비 등 일정분야 노무 제공업체에 고용된 용역노동자 등이다.이밖에 호출·일용직, 특수고용직,재택노동자,아르바이트 등이 있다.사용자는 사실상 노동자에 대해 직접통제권을 행사하면서도 ‘도급’ , ‘위탁’ 등의 형태로 고용계약을 맺고있다.

민주노총 심동진 조직부장은 “비정규직이 분화되면서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그나마 임시·계약직, 파견,용역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4개 분야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용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개념정의 논란=비정규직이란 ‘단일 사용자와 기간을 정하지않은 고용계약을 맺어 전일제로 일하면서 해고보호, 정기적 승급보장, 사회보험 혜택을 누리는’ 정규직에 대칭되는 개념이다.그러나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보니 숫자를 줄이려는 정부와 늘리려는노동계 사이에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매월 고용동향 분석을 발표하는 통계청은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의 임시직과 1개월 미만의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특수고용 노동자(레미콘 기사, 학습지교사 등), 간접고용 노동자(파견,용역 등),1년 이상의 계약직까지 비정규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개념의 조율을 위해 양대노총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는 지난 5월 노동부에 ‘비정규직 고용통계 개선을 위한 의견서’ 를 제출한 바 있다. 의견서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기준은 고용의 지속성 여부, 통상적 노동시간 적용 여부,고용관계와 노무제공 대상자 일치 여부, 형식적 고용관계 존재여부등 4가지로 요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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