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총수 일가 사익편취를 위해 계열사들에게 김치 구입을 강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들은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김치를 구입하거나 직원 임금 명목으로 김치를 지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거래위에 따르면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은 이호진 전 회장 지시로 2014년 5월 휘슬링락CC가 생산한 김치를 19개 계열사가 구입하도록 했다. 휘슬링락CC는 2013년 5월 티시스에 합병됐다. 티시스는 태광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김 실장은 김치단가를 1킬로그램당 1만9천원으로 책정했다. 일반적인 포장김치 가격은 1킬로그램당 6천원 정도다. 19개 계열사는 직원 1인당 10킬로그램씩 할당량을 받았다. 계열사들은 이를 임금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나눠 줬다. 김치를 10킬로그램 단위로 직원 주소로 택배발송한 뒤 물건을 받으면 해당 비용만큼 급여에서 삭감했다.

김치 구입에만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주는 방식도 동원했다. 김치 구입은 2016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512톤6천킬로그램을 구입했다. 거래금액으로는 95억5천만원어치다. 태광산업·대한화섬은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김치를 구입했다. 휘슬링락CC는 해당 김치를 생산하며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을 갖추지 못해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태광그룹은 같은 방식으로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강매했다. 메르뱅은 총수 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와인 구입은 2014년 7월 시작돼 2016년 9월 멈췄다. 공정거래위 현장조사가 시작된 시점이다. 총 46억원이 쓰였다. 공정거래위는 김치와 와인 구입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태광그룹에 21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9개 계열사와 이호진 전 회장·김기유 실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하에서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데 동원된 사례"라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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