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총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우리나라 정부·국회·재계에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 함께 오지 못해 안타까워”

김 위원장은 108차 ILO 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 유엔유럽본부에서 13일 오후(현지시각) 한국 노동계를 대표해 연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올해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 노사정 대표자들에게 노동존중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 주기를 희망했지만 아쉽게도 그 시간이 오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늦었지만 100주년 총회 이후라도 한국 정부와 사용자·국회는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회에서 채택하게 될 ILO 100주년 선언문의 근거가 되는 일의 미래 보고서와 관련해 “미래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라는 ILO의 핵심가치를 지지하는 한국노총은 한국 사회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카풀 문제 해결과 광주형 일자리를 성과로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72회 칸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대중문화가 세계로 뻗어 가고 있지만 노사문화는 여전히 갈등과 대결이라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노총은 대한민국 제1 노총으로서 K-labor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손경식 회장 “각국 노사관계 특성 존중해야”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은 같은날 오전 연설에서 “각국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은 저마다 특수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일의 미래의 특징은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며 “획일적 기준과 잣대가 아닌 각자의 고유한 상황에 가장 잘 부합하는 노동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상호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라는 국제사회 요구에 대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ILO 일의 미래 보고서에 대해 “보고서가 제안한 것처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은 전 세계 불평등과 빈곤문제 해결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국가 차원의 보다 많은 정책지원과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장관 “올해 정기국회 협약 비준 노력”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 중 가장 먼저 연설을 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ILO 기본협약 비준에 사회적 합의를 하지는 못했지만 정부는 87호와 98호 두 개의 결사의 자유 협약과 29호 강제노동 협약 비준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올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과 함께 ILO 협약 비준동의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직업능력개발 혁신방안 마련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추진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단축 정책을 소개하면서 “한국 정부는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포용적 노동시장, 사람중심 일자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노총은 "ILO 핵심협약(기본협약) 비준은 대통령 공약이고 국정과제였다"며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4개 핵심협약에서 한 개를 빼고 비준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자랑 삼아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법 개정과 비준동의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이재갑 장관의 발언은 영혼 없는 미사여구"라며 "ILO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제네바=김학태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