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변호사(사무금융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7두33510 판결


1. 사건 개요

주식회사 대신증권에는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이하 “1노조”)와 대신증권노조(이하 “2노조”)가 각각 조직돼 사용자가 2개 노조와 개별교섭을 했다. 사용자는 2노조와 단체협약에 관한 잠정합의를 하면서 14일 후인 단체협약 체결일 기준으로 무쟁의 타결 격려금(150만원)과 경영목표 달성 및 성과 향상을 위한 격려금(1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2노조는 단체협약 체결일 이전에 2노조에 가입하면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잠정합의 결과를 홍보했고, 1노조 조합원 8명이 2노조에 가입했다.1) 노동위원회와 1·2심 법원 모두 위 격려금 지급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으며 대법원은 2017두33510 판결로 이를 확정했다.

2. 대상판결의 내용

가. 원심 판결이 인용한 1심 판결은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① 단일노조만 있는 경우와 달리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2노조에 무분규를 조건으로 하는 금품(무쟁의 타결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노조 의사 결정 등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② 경영목표 달성 및 성과향상 격려금은 그 명칭 및 지급 목적에 비춰 특정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를 상대로 지급하는 것이 더 공평하다는 점에서 1노조 의사결정 등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③ 회사는 위 두 가지 종류의 격려금을 잠정합의일이 아닌 단체협약 체결일 현재 조합원에게 지급하기로 명시하면서 타결일과 체결일 사이에 14일의 간격을 뒀고, 그에 따라 2노조는 격려금 지급에 관한 합의를 조합원 가입유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④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반드시 그 결과 발생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체협약 체결일 무렵에 1노조 조합원 8명이 탈퇴해 2노조에 가입해 그 결과도 발생했다. ⑤ 회사는 1노조와의 단체교섭이 타결되면 마찬가지로 지급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2노조) 격려금 지급 이후의 후발적 사정에 불과하다.2)

나. 대상판결은 ①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않고 개별교섭을 하는 경우 체결 시기와 내용을 달리하는 복수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② 개별교섭 절차가 진행되던 중 사용자가 특정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에 따라 해당 노조 조합원에게만 금품을 지급하는 것은 다른 노조의 조직이나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의사에 따른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③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는 금품을 지급하게 된 배경과 명목, 금품 지급에 부가된 조건, 지급된 금품의 액수, 금품 지급 시기나 방법, 다른 노동조합과의 교섭 경위와 내용, 다른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④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반드시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일반적 기준을 제시하면서, 원심 판결이 인용한 1심 판결 중 ⑤ 개별교섭 상황에서 2노조 조합원들에게 지급된 무쟁의 타결 격려금은 1노조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는 부분, ⑥ 두 가지 종류의 격려금 지급일을 합의일과 14일의 간격을 둠으로써 2노조가 조합원 가입유치의 수단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 및 그로 인해 회사가 부담할 금액이 증가할 가능성을 열어 뒀고 실제로 2노조는 이를 조합원 가입유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는데, 이는 회사가 2노조로부터 복리후생에 대한 사항을 양보받는 것에 대한 대가로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2노조가 격려금 지급 사실을 조합원 가입유치 수단으로 홍보하게 함으로써 1노조 단체교섭에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다고 보인다는 점을 특별히 지적했다.

3.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가. 개별교섭 중인 복수노조 가운데 한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금품이 다른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성립하기 위한 요건은 대상판결에서 그 기준을 밝힌 바와 같이 금품을 지급하게 된 배경과 명목, 금품 지급에 부가된 조건, 지급된 금품의 액수, 금품 지급의 시기나 방법, 다른 노동조합과의 교섭 경위와 내용, 다른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 중 “금품 지급 배경과 명목, 조건”과 “금품 지급 시기나 방법”이 문제가 됐고 대법원이 어느 정도 명확하게 그 입장을 밝혔다고 보인다.

나. 우선 금품 지급 배경과 명목, 조건에 관해 보면 개별교섭 중인 특정 노조에 지급된 무쟁의 타결 격려금은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3) 이는 대상판결 이전의 하급심 판결들4)에서도 인정됐던 부분이다. 경영목표 달성 및 성과향상 격려금의 경우에도 2노조 조합원들에게 개인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된 것인데, 그렇다면 1노조 조합원들에게도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 다음으로 금품 지급 시기나 방법의 경우 이 사건에서 격려금에 관한 합의일(단체협약 잠정합의일)과 지급일(단체협약 체결일) 간 14일의 간격을 뒀고, 그 기간 동안 2노조가 격려금 지급을 조합원 유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잠정합의일과 단체협약 체결일 사이에 간격(교섭 주기)이 있는 것은 우리나라 대부분 사업장이 동일하고, 위 기간 동안 노사가 각자 내부 절차를 진행했으며, 사용자가 2노조의 홍보활동을 제지하면 그것이 오히려 부당노동행위라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모두 배척됐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2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등 협약 체결을 위한 내부적인 절차를 두고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러한 절차를 거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잠정합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14일의 간격을 둬 격려금 지급을 유예할 필요도 없었다. 사용자는 2노조의 격려금 홍보활동을 제지하면 오히려 그것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으나, 사용자가 그와 같은 부당한 홍보활동을 하도록 여러 조건을 만들어 준 것이 문제였으므로 사후적으로 제지 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결론에 영향이 없었다.

4. 개별교섭 과정에서의 부당노동행위와 대상판결의 의의

복수노조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친사용자 노조를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음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특히 개별교섭 과정에서는 공정대표의무마저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통제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판례가 비교적 오래전부터 그 판단 기준을 제시해 왔던 인사고과에 의한 복수노조 차별 등과 달리, 개별 단체교섭 과정에서의 차별과 부당노동행위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다. 최근 들어서야 개별교섭 과정에서 사용자의 중립 의무를 인정한 판결(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6도2446 판결), 무분규 격려금 지급이 부당노동행위라고 본 판결(대전고법 2016. 8. 18. 선고 2015나13940 판결) 등이 선고됐을 뿐이다. 개별교섭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부당노동행위 유형은 친사용자 노조와 단체협약을 먼저 타결했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각종 격려금을 지급하고, 그러한 차별적 지급을 개별교섭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사용자들은 그러한 주장을 했는데, 대상판결은 그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각주>
1) 다만 단체협약 체결일을 전후해 1노조 조합원은 21명 증가했고, 1노조가 2노조에 비해 조합원이 세 배가량 많은 상황이었다.
2) 실제 사실관계를 좀 더 살펴보면 1노조에도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이후에 비로소 밝힌 입장이다.
3) 대상판결을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에 반대하는 견해도 있으나, 충분히 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4) 대전고법 2015. 9. 2. 선고 2014가합102474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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