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사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는데도 자동차 사고조사를 하는 노동자와 회사의 반목이 1년6개월이 되도록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업무우선배정 제도를 둘러싼 양측의 의견차가 워낙 크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사무연대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와 회사가 고용노동부 중재로 두 차례 교섭을 했지만 성과 없이 종료됐다. 노사갈등은 2018년 1월 시작됐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이 9년간 운영하던 업무우선배정 제도를 돌연 폐지하면서부터다. 회사는 2009년 현장출동 인력 수요가 증가하자 정규직이 하던 자동차 사고조사 업무를 별도 인력에게 맡기기로 했다. 자격증 등을 감안해 대표이사가 포함된 경영진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다. 그들을 ‘에이전트’라 불렀다. 이들에게 건당 수수료만 줬다. 반대급부로 업무우선배정 제도를 운영했는데 이를 폐지한 것이다. 에이전트들은 삼성화재애니카지부에 가입해 있다.

자동차 보험사고가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에 접수되면 세 가지 경로로 일이 할당된다. 에이전트·보험설계사·삼성화재 협력업체 정비공장 직원이다. 회사는 그동안 해당 구역 에이전트들이 활동 중일 때에만 보험설계사나 정비공장 직원에게 일을 줬다. 지금은 사고지점에서 가까운 거리 순으로 일이 주어진다.

지부와 회사는 올해 2월부터 6차례 교섭을 했다. 지부는 업무우선배정 제도 복원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지부는 4월 중순 파업을 했다. 노동부가 중재에 나섰다. 회사는 업무우선배정 제도 일부복원 의사를 보였다. 지부는 70% 복원을 요구했다. 예컨대 10건의 출동 접수가 있으면 이 중 7개를 에이전트에게 우선 배정하라는 것이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은 협력업체 정비공장 직원을 포함한 30%를 제시했다. 에이전트에게는 15%의 업무만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노사 간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은 “보다 빠른 출동을 원하는 고객 요구에 맞추기 위해 거리 순으로 업무를 배정하고 있다”며 “제도 폐지 이후에도 상당수 에이전트들이 일정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는 에이전트가 월평균 27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각종 유지비용을 제외하면 많은 조합원들이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을 받고 일하고 있다"며 "회사가 궁극적으로 모든 출동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에이전트들을 퇴출시키려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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