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IBK기업은행에 입사한 이정은(36·가명) 대리는 지난달 21일 월급 225만원을 받았다. 회사는 매달 1일과 21일 두 차례 임금을 준다. 한 번은 월급, 나머지는 성과급이다. 이 대리가 지난달 받은 급여는 지난해 초에 비해 15만원가량 줄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3월 준정규직(무기계약직) 3천300여명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대리도 대상자에 포함됐다. 그는 지금 5급 14호봉이 됐다. 기업은행 정규직 신규 입사자는 5급 11호봉(군미필)이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일부 직원들이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이 줄어들었다. 이 대리는 “연차가 길어 감소 폭이 적은 편이지만 연차가 적은 전환자들은 임금감소 폭이 크다”고 말했다. 준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과거 경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데다,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호봉테이블에 이들을 끼워 넣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일반 준정규직 호봉은 1호부터 17호까지 17단계였다. 그런데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적용받은 호봉은 5급 6호부터 16호까지다. 호봉 구간이 6단계나 줄면서 정규직 전환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근무경력과 일치하는 신규 호봉을 적용받기 어려워졌다.

기업은행은 구간을 줄이면서 호봉승급 유예제를 운영한다. 기존 정규직과 서열 역전 현상을 방지한다는 명목이다. 기업은행은 5급 18호봉 때부터 4급(과장) 승진 자격을 부여한다. 회사는 기존 정규직 신규사원(5급 11호봉)이 승진 대상자가 되는 향후 6년간 준정규직 호봉이 17호봉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앞서 과장 준정규직 호봉을 최대 5급 17호봉으로 인정했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기존 준정규직과 정확히 일치하는 정규직 호봉 테이블이 없어 일부 임금감소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정규직 호봉 승급분이 커서 감소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호봉승급 유예제도 폐지 등 과거 노사 합의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임금 감소 사례는 확인되지 않으며 오른 사람도 많다"며 "노조와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 운영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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