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상판결 : 2019. 4. 10. 선고 서울고등법원 2018누41480 요양불승인처분취소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1978년생 남성으로 2000년 8월14일 A자동차 공장에 입사해 조립부 도어반에 배치돼 지속적인 허리부담 작업을 하며 불안정한 자세로 근무했다. 원고는 동일한 허리부담 작업 종사로 인해 수차례 요통치료를 받던 중 2014년 4월께부터는 서 있기 힘들 정도의 요통과 하지방사통이 발생해 수술을 했다. 이후 상병명 ‘요추 4~5번 추간판탈출증’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신청을 했으나 불승인됐다.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MRI 등 영상의학 자료상 신청 상병이 확인되고, 업무 내용상 일부 허리를 비트는 자세 등이 관찰되고, 전체적인 작업 빈도와 강도를 고려할 때 해당 자세로 인한 신체부담 정도는 높다고 보기 어렵고, 그 외 작업 자세와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허리부담 정도도 높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산재를 불승인했다. 이후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했으나, 동일한 사유로 기각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업무관련성을 인정했다. 대상판결을 근거로 공단과 질병판정위원회의 불합리한 현실 등을 비판하고자 한다.

2. 사안의 쟁점

가. 법리적 판단의 쟁점사항

당해 사안에서 원고의 상병이 업무상질병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즉 원고의 업무를 허리부위 부담 작업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하나의 쟁점이고, 이러한 업무로 인해 당해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발현할 수 있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다.

나. 의학적 판단의 쟁점사항

1심 법원은 원고의 최초 요양신청 당시 공단 지역지사 자문의사인 신경외과의사의 소견과 직업환경의학과의사의 소견을 평가할 때 직업환경의학과의사 소견인 “허리 누적부담 낮음”을 중요한 증거로 인정했다. 진료기록감정의사인 신경외과전문의의 “노동강도에 대한 비전문가적인 입장에서 그리 심한 노동강도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진료기록감정회신을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이에 반해 서울고법에서는 지사 자문의사인 신경외과전문의의 소견과 직업환경의학과자문의 소견, 그리고 1심 진료기록감정의사인 신경외과전문의의 회신을 배척했다. 또한 항소심 법원의 직업환경의학과의사의 감정회신을 중요한 근거로 채택했는데 그 논리적·법리적 근거가 대상판결이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가. 근골격계질병의 법률규정과 그 해석의 기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1항에는 “업무상질병은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돼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질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같은 법 시행령 34조는 “업무상질병의 인정기준”을 명시하고 있으며, 대상판결 질병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별표3 ‘업무상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 : 2. 근골격계질병’에 규정돼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의 근골격계질병은 부담업무가 있는 경우에 발생·악화된 경우를 제외하면 △기존 질병 악화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경과 △일시적 힘의 급격한 작용은 모두 “의학적 인정”이라는 제한 조건이 있다. 그런데 이는 의학적인 평가와 인정이 근골격계질병 산재 승인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 하나의 예시사항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근골격계질병은 모두 의학적 평가가 전제돼 심사한다고 오인할 수 있으며, 이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성격과 산재보험법 5조·37조의 상당인과관계 법리상 타당하지 못한 해석이다.

나. 현행 근골격계질병 조사·판단 구조의 문제점

현재 업무상질병으로서 근골격계질병 판단구조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재해자의 과도한 입증 부담이다. 재해자가 공단에 근골격계질병으로 요양신청을 하는 경우 담당자는 사업주 의견을 묻고, 이후 사업주 의견에 대한 재해자 의견을 묻는다. 이전에는 직접 문답서 작성을 통해 재해자 업무를 파악해지만, 현재는 대부분 “근골격계질병 관련 확인서”라는 문답서를 재해자에게 보내 직접 작성하도록 한다. 확인서에는 일반 노동자들이 작성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이 많고, 질문 자체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정 공정을 ‘각도’까지 측정해서 제출하라는 식의 확인서를 재해자들이 납득하기는 어렵다. 이는 공단 담당자의 업무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둘째, 재해조사시트·동영상 등을 근거로 지사에서는 상병 확인(임상의사·정형외과 또는 신경외과)과 업무부담 평가, 즉 재해조사시트상 ‘6. 직업환경의학 검토의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사의 직업환경의학과의사는 업무관련성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공단은 지침에서 직업환경의학자문의에게 판단근거 작성 때 업무관련성 판단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개인적 상황·작업적 상황·근무기간·신체부담 요인조사 결과·건강보험수진 내역 등으로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즉 “근속연수·질병의 특성·신체부담 요인 조사에서 확인이 어려운 다른 판단 요인 등 업무관련성 판단에 있어서 자문의가 중요하게 생각한 요인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내용을 모두 포함해 기술하라”고 했지만 이를 거의 이행하지 않고 있다.

셋째, 질병판정위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 2인(1인 인간공학자 등 대체 가능)과 임상의사 2인이 참여한 가운데 업무관련성을 판정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임상의사 2인의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이들은 업무부담에 대한 판정이나 평가를 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하며, 법리적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와 시사점

① 대상판결은 현행 지사 자문의사인 직업환경의학과의사의 자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지사 자문의사인 신경외과전문의가 업무관련성을 평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지사 자문의사인 직업환경의학과의사가 공단 지침에 명시된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사건에서 지사 자문의사는 “도어록·리어글라스 등 조립작업을 수행하고 다양한 자세로 작업하며 일부 허리부담 자세가 있으나 빈도가 높지 않음. 중량물 부담도 낮아 허리 누적부담 낮음”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상판결은 항소심 진료기록감정의사인 한양대병원의 감정촉탁 결과(10페이지 분석결과서)를 “원고의 개인적 상황, 직업적 상황, 근무기간, 신체부담 요인조사 결과 등에 비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② 임상의사, 즉 신경외과 또는 정형외과자문의 평가가 업무부담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상판결은 1심 법원의 진료기록감정회신에 대해 “감정인은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결과는 신빙성이 부족해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 법원은 직업환경의학과에 대한 원고측 진료기록감정촉탁을 배척하고, 신경외과에 배당해 이를 진행했다. 그 회신 내용 또한 매우 부실했고, 감정의 스스로 비전문가라고 했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이를 판결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이런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상병의 확인절차에서 임상의사 역할은 무시할 수 없으나 업무관련성 판단에 굳이 임상의사가 참여할 필요가 없다. 추후 질병판정위가 근골격계질병 등 직업병을 판단할 때 임상의사의 과도한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③ 근골격계질병에 있어서도 법리적 판단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업무와 관계없는 외부적 충격이나 선천적 기형으로 인해 발생됐거나 단순한 연령 증가에 따라 업무와 관계없이 일반적·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퇴행성 척추변화의 결과로 발생된 것이 아닌 한 작업의 방법과 태양·작업조사 기간·취급하는 물건의 무게·근로자 나이·체질·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두11233 판결 참조).

대상판결은 “업무에 있어 허리부담 작업이 있는 점, 중량물 부담 작업을 하루 100회 이상했던 점, 요추부위에 가족력이 없는 점, 기존 요추부 만성 근막동통증후군 등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된 바 있는 점, 원고 나이가 만 35세에 불과해 이 사건 상병이 퇴행성 질병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업무에 13년 이상 종사했던 점”을 원고 업무를 근골격계 부담업무로 판단한 근거로 제시했다. 결국 대상판결은 불합리한 직업환경의학과의사·신경외과의사 등의 의견을 배척하고, 업무의 구체적 상황·내용·나이·종사기간 등을 파악해 근골격계질병 업무관련성 평가가 법리적 상당성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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