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고 봐야죠.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말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법을 집행한다는 법무부가 교섭을 해태하니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3일 한완희 법무부노조 위원장이 2년 만에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는데 법무부가 돌연 재교섭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 말이다. 노조에는 사무·시설·운전·경비·미화 직군을 비롯한 무기계약직·계약직 노동자 500여명이 가입해 있다.

노조는 2017년 5월 설립했다. 같은해 8월부터 법무부와 단체교섭을 했다. 지금까지 12차례 실무교섭과 양측 노무사 조율 6차례,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3차례를 거친 끝에 노사는 지난달 16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보장, 노조사무실 제공, 해고에 근무평가 활용 금지가 담겼다. 잠정합의안은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2.2%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법무부가 조합원 연차휴가 적용 등을 이유로 노조에 조합원 명부를 요구했다. 다음날 노조는 조인식 일정 확정공문을 받는 대로 명단을 제공하겠다며, 조인식을 먼저 검토하자고 답했다. 그러자 같은날 법무부는 “잠정합의안에 대해 법무부 실·국의 이견이 많다”며 “실·국 조율안을 노조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실무교섭이 필요하다”고 회신했다.

노조는 법무부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태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법무부가 지난 2년 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협상을 지체했는데 체결식까지 엉뚱한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는 장관에게 위임받은 사람과 교섭을 했지 허수아비들과 교섭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완희 위원장은 “노조도 잠정합의한 단협안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설립 뒤 처음 하는 단체협상이 2년이나 지체된 만큼 조합원을 설득해 가며 어렵게 찬반투표까지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을 뒤엎자는 것이 아니라 재설득 과정과 약간의 문구 수정이 필요해서 재협상이 조금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노조도 조합원 찬반투표가 부결되면 다시 (협상)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노조와 협상이 우선이어서 실·국의 반대 의견을 무마시키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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