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비정규 근로자들은 이제 자신도 정규직 근로자로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이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당사자인 비정규 근로자들 못지않게 필자 또한 심장이 콩닥콩닥 뛸 정도로 기뻤고 기대도 컸다. 수년간 기간제 근로자들 해고 사건을 상담해 오면서 단지 기간제라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되는 수많은 근로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기간제라는 점을 악용해 기간만료라는 허울을 내세워 쉽게 해고해 온 탓이다.

특히 공공기관 중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의 경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2조2항의 2년 사용제한 규정 적용예외에 해당해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계속 근무하면서도 늘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다. 연구기관이라는 사업 특성상 가장 핵심업무를 수행하는 당사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인 연구기관에서도 정규직 전환 절차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 취지나 목적을 망각한 채 정규직 전환 절차를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을 소위 정리하는 기회로 악용하거나, 평가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대부분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는 정규직 전환 절차를 그동안 근무해 온 근로자들을 최대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가이드라인 목적에 맞게 단순한 절차나 방식을 채택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할 때,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쳐 정규직 전환 추진”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말한 “최소한”은 어느 사업장에서는 그 취지를 벗어나 “객관적 기준 없는” “평가자 임의대로” 평가해도 된다는 내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전에 연구소 본원을 두고 대구지역에 응용센터를 운영하는 한 연구기관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이 목적과 달리 근로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절차로 악용하는 과정을 봤다. 이 사업장은 1차 전환 절차에서 전환 대상자 93명 중 72명을 탈락시켰고, 내부적으로 엄청난 항의에 부딪쳐 재심의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는 수년간 연구원을 위해 연구에 전념했고, 근무기간 동안 징계 한 번 받지 않았으며, 매년 이뤄진 업무평가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받았던 근로자였다. 당연히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됐고,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물론 기존 기간제 신분일 때와 업무는 동일) 맘 편히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심의 결과 전환기준 ‘점수 미달’이라는 결과를 받고 해고됐다. 문제는 학위·업무성과와 평가 등에서 자신과 유사하거나 혹은 다소 낮은 업무평가를 받았던 근로자들 중 다수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인지 궁금했다. 수년간 열심히 근무했는데 왜 갑자기 그 업무를 수행할 자격과 능력에 미달하는 자로 평가받은 것인가? 사용자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사용자는 답변해 주지 않는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미달된 평가점수라는 숫자와 탈락이라는 결과뿐이다.

부당노동행위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입증’해야 하고 입증하지 못하면 인정될 수 없다. 이 원칙은 아주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다. 부당해고 사유는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해고로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이 원칙은 종종 쉽게 망각된다. 결국 이 사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왜 정규직으로서의 자격미달인지 이유를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평가라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해고사유에 대한 사용자 입증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하고, 정규직 전환 절차가 “해고사유 없는 해고”를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찼던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이 “차라리 정규직 전환 절차가 없었더라면 기존처럼 계속 근무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근로자의 원망과 눈물로 얼룩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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