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을 결정하는 31일 임시주주총회가 임박하면서 울산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울산지법이 27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체의 방해행위 금지를 결정한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주총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기습적으로 점거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에서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존속법인으로 하고, 현대중공업을 신설회사로 나누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부 주총장 기습점거
"당일 충돌 최소화 위한 것 … 주총 강행 중단해야"


지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했다. 박근태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500여명이 로비 1층 등 한마음회관 안팎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은 31일 주총날까지 이어진다. 주총장 점거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당일 7시간 파업을 한 지부는 중식집회 후 지부 사무실 앞에 집결한 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조합원 300여명은 현대중공업 본관 진입을 시도했고, 500여명은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 주변을 돌다가 한마음회관으로 향했다.

지부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주총날 회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인력과 조합원들이 부딪치게 되면 너무 많은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당일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회사가 주총을 중단하고 지부와 대화하도록 하기 위해 미리 주총장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2017년 분사를 결정한 주총에서 현대중공업이 고용한 용역 1천여명과 조합원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지부는 긴급지침을 통해 "오늘부터 결사항전으로 주총 저지 결사투쟁을 시작했다"며 "전체 조합원들과 가족,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총력전에 합류해 달라"고 호소했다.

울산지법 22민사부는 이날 현대중공업이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대우조선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주총이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주주 입장을 막거나 출입문·출입경로를 봉쇄하는 행위, 주총 준비를 위한 회사측 인력을 막는 행위, 주총장 안에서 호각 불기, 고성, 단상점거, 물건 투척 등이 금지된다. 주총장 주변 50미터 안에서 주주·임직원에게 물건을 던지는 행위와 2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확성기 등 소음측정치가 70데시벨을 초과하는 행위도 못한다. 이를 어기면 1회당 5천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지부의 주총장 점거는 법원의 주총 방해행위 금지 결정을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중단 하청노동자 체불임금 해결 촉구 울산지역대책위원회는 같은날 오전 울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법인분할 주총을 멈춰야 한다"며 "30일과 31일 법인분할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총 장소 바뀔 가능성도
2대 주주 국민연금 반대 의결권 행사할까


회사가 주총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관건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 주식 9.35%(661만8천425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했다. 수익성과 안정성뿐만 아니라 공공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기금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두 기업의 동반부실을 야기하고 재벌총수 일가 이익구조 강화로 귀결된다"며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벌특혜대우조선매각저지 전국대책위원회와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연기금은 국민 이익과 공공성을 지키는 것을 우선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현대중공업 주식의 10% 가까운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제 노동계 이슈로도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합제조산별연맹(인더스트리올)은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글로벌 조선산업 경쟁과 생태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더스트리올은 두 회사의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승인되지 않도록 공동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