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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특례 제외업종 7월 주 52시간제 시행 조건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더욱 행복한 일터가 됩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노동시간단축 현장안착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내놓은 ‘대책 가이드북’ 맨 앞에 나온 표현이다. 신규채용·임금보전 지원 강화 같은 지원안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 제외업종 특화 지원·관리가 대책으로 담겼다. 21개 특례 제외업종 중 노선버스업과 관련해서는 유연근로시간제 활용을 지도하고 운수종사자 양성·공급방안과 공공성·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5월 버스노동자 파업 선언은 정부 대책의 공허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7월1일부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적용받는 노선버스업과 다른 특례 제외업종은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 기수철 우정노조 조사국장

정부·우정사업본부, 인력충원·주 5일제 실행방안 찾아라
기수철 우정노조 조사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고 정부는 그 대책의 일환으로 장시간 노동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주 52시간 노동제 취지를 반대하는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따라야 할 제도·시스템을 지금까지도 완비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집배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745시간이다.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할 상황에 처한 우체국에서는 지금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퇴근한 것처럼 보고만 한 뒤 무료노동을 하고, 업무시간에 한 곳이라도 더 많은 가구를 방문하기 위해 점심시간·휴게시간을 버리는 집배원들이 적지 않다. 우편·소포 물량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이 무엇일까. 적정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우정사업본부는 하지 않고 있다.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우려했던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에만 벌써 집배원 8명이 숨졌다. 전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노조는 연관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7년부터 1년여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운영했다. 추진단은 인력충원과 주 5일제 시행,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집배부하량산출시스템 개선,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 집배원 업무완화를 위한 제도개편, 우편 공공성 유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정확보 등 7가지를 권고했다. 주 52시간제 시행,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기 위한 일단의 대책은 제시돼 있는 셈이다. 이제 정부와 우정사업본부가 그 실행방안을 찾아야 한다.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

살인적인 방송제작 현장의 민주화 필요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

드라마 제작현장을 비롯한 방송제작 현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다. 지난해 7월 노동시간단축 제도가 시행됐지만 특례업종 제외 유예기간을 1년간 가져 온 방송제작 현장에서는 주 68시간 범위 안에서 주 3회 또는 주 4회 촬영일정에 ‘시간총량제’라는 개념을 도입해 하루 16~18시간을 몰아서 촬영하는 비인간적인 노동이 실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합법(?)을 가장한 이 노동시간에는 휴게시간이나 식사시간은 제외돼 실질노동시간은 18~20시간에 이른다.

이처럼 방송 제작현장의 탄력근로제 만연은 방송스태프에게 굉장히 불리한 제도다.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심각하지만 장시간 몰아서 촬영하는 방송 제작현장의 적폐 관행이 해당 노동자들의 신체와 정신리듬을 파괴하고 결국 심각한 노동재해를 초래한다.

방송현장의 제작시스템과 합리적 노동시간 제도 개선, 방송스태프들의 노동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출발로 스태프 근로계약서 체결과 이를 통한 합리적인 노동시간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과거의 적폐적 관행을 반성하고 방송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 정덕봉 금융노조 부위원장

출퇴근 기록시스템 설치 의무화해야
정덕봉 금융노조 부위원장

금융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금융공공성 회복,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노동시간단축이 필요하다. 산별노조 최초로 2002년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2018년 설문조사 결과 조합원들이 매일 평균 3시간의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들은 100여개의 핵심성과지표(KPI) 항목과 연간 상시적인 프로모션·이벤트·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장시간 노동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과당경쟁과 성과문화는 금융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가 늘고 중소기업과 서민금융 확대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산별교섭에서 사용자단체와 주 52시간 상한제 조기 도입에 합의했다. 현재 현장에서는 각 지부별 실정에 맞게 보충교섭을 통해 산별합의 내용을 준수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노조 차원의 노동조건 감찰단을 운영 중에 있다. 점검 결과를 검토해 법률 대응도 실시할 예정이다. 일부 은행은 시간외근무 등록현황과 피시(PC) ON·OFF 자료 분석(노사합의로 매월 자료 제공)을 하고 있다. 7월부터 금융산업에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다. 노동계가 노동자 개인의 적극적인 초과근로 보상 요구를 독려하고, 현장 노동조건 감찰에 나서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도 필요하다.

사용자들은 금융노조와 맺은 산별합의 내용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제도 및 업무환경 개선과 직장내 근무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정확한 근무시간 측정과 정당한 보상, 추가 인력채용에도 나서야 한다. 고용노동부에는 선제적인 근로감독을 요구한다. 은행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출퇴근 기록시스템을 설치하고, PC ON·OFF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강제해야 한다. 워라밸(일과 삶 균형)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캠페인을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노동조건 개선, 대중교통 활성화 그리고 버스노동자 삶의 정상화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버스노동자들은 올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다. 50년 넘게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해 온 버스노동자에게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노동의 측면이다. 버스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은 친절한 서비스로 이어진다. 특히 주 52시간 상한제는 버스운수업이 안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교통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한다. 대중교통의 정상화와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교통정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버스노동자들이 환승할인비용 국고지원을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말한 6411번 버스 이야기다. 새벽 4시 출발하는 첫차는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전 빌딩 청소를 하는 미화원들이 탄다. 6411번 버스노동자는 그들을 태우기 위해 더 일찍 일어나 출근한다.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늦게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바로 버스노동자다. 그동안 장시간 노동으로 버스노동자의 삶은 없었다. 이제 버스노동자 삶의 정상화를 위해 한 걸음 내딛게 될 것이다.

▲ 신지훈 공공연대노조 법률국장(공인노무사)

정부, 업무특성 고려해 구체적 개선대책 세워라
신지훈 공공연대노조 법률국장(공인노무사)

장시간 노동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 사회복지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안정적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문제는 정부가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업무특성을 간과하고 주 52시간 상한제를 구체적 대책 없이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봄지원사업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 근로시간을 52시간 내로 맞추기 위해 1명의 아이에게 2~3명의 아이돌보미를 배치하고 있으며 1명의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두세 곳의 기관에 소속돼 1명의 장애인을 돌보는 방식으로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인 아이와 장애인의 정서와 돌봄노동자를 배려하지 않은 잘못된 운영방식이다.

휴게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돌봄노동은 돌봄이 상시적으로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 성격상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없는 직종임에도 돌봄노동자나 이용자에게 친인척을 활용하라거나, 휴게시간을 사용하는 것처럼 사용확인서를 강요하는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본격적인 법 적용에 앞서 정부는 입법사항 외에는 자신의 행정력을 이용해 이용자인 아이·장애인과 서비스제공자인 돌봄노동자 모두를 고려한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휴게시간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돌봄노동자는 대부분 최저임금 적용을 받고 있으며 근무시간이 줄어든다면 임금 역시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임금 보전 대책 역시 정부와 관계부처가 마련해야 할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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